한·미·일 첫 연합공중훈련···핵무장 가능한 B-52H 참가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한반도 문제 개입 빌미 우려
한국 공군, 미국 공군, 일본 항공자위대가 22일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사상 처음으로 3국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이 명분이지만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한반도 문제 개입 구실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군은 이날 오후 한반도 남쪽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이 중첩되는 구역에서 한·미·일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 공역에 한국 영공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훈련에는 핵무장이 가능한 미군의 대표적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와 F-16 등 미 공군 전력과 한국 공군의 F-15K,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등 전투기가 참가했다. B-52H를 F-15K와 F-16 등 한·미·일 전투기가 호위하며, 편대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미·일이 각각 한반도 혹은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 적은 많지만 한·미·일 3국이 함께 연합공중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훈련은 B-52H의 한반도 전개를 계기로 이뤄졌다.
미국 본토 루이지애나 박스데일기지에서 19시간 논스톱으로 날아온 제96원정폭격비행대대 소속 B-52H는 지난 1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시작된 국내 방산전시회 ‘서울 ADEX(아덱스) 2023’ 개막식 축하 비행에 참여하고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한 뒤 같은 날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B-52H가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한미군은 지난 19일 B-52H가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한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행보에 강력한 경고음을 냈다.
이번 첫 한·미·일 연합공중훈련은 3국 안보협력 강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공군은 “이번 훈련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국방분야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3국의 대응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공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3국간 협력도 지속 증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군사안보협력을 확대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따라 그동안 해상 수색·구조훈련(SAREX) 위주에서 해상차단훈련(PSI)과 군사정보공유, 미사일방어경보훈련, 대잠수함 훈련 등으로 3국 군사협력이 확대돼왔다. 이러한 흐름이 첫 한·미·일 공중연합훈련으로 이어지게 됐다.
3국 협력 틀 안에서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는 한·일 군사협력을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워 자국의 방위력 강화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 대전 전범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12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반격 능력’ 보유와 방위비 대폭 증액 등을 추진하면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자칫 한·미·일 연합훈련 등 3국 안보협력이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이날 “한·미·일 공중훈련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영내 훈련 참가를 위한 수순으로 일본의 한반도 문제 개입과 간섭을 허용하고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재침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한·미·일 공중훈련 중단 촉구’ 1인 시위를 이어갔다.
한·미·일이 미군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한 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한·미·일이 동해에서 미사일방어훈련을 하자 곧장 중국군과 러시아군이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북한도 반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B-52H 국내 첫 착륙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미국의 의도적인 핵전쟁도발책동”이라며 “미국과 ‘대한민국’ 깡패들이 우리 공화국을 향해 핵전쟁 도발을 걸어온 이상 우리의 선택도 그에 상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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