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5 발열논란에 삼성 파운드리 주목받는 이유
TSMC 따라잡을 삼성의 무기 'GAA'
최근 애플의 아이폰15가 공개됐는데요. 아이폰15는 출시 직후부터 여러 논란을 빚었죠. 대표적인 게 발열 현상이었습니다.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의 기기 발열이 심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일각에서는 아이폰15 프로·프로맥스에 탑재된 새로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17 프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AP는 대만 TSMC의 3나노(㎚, 나노미터) 공정이 처음으로 적용됐는데요. 이 공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게 아니냐는 우려였죠.
논란이 확산하자 애플은 발열을 일부 인정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OS(운영체제) 업데이트를 공개했는데요. 이번 발열 현상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며, 하드웨어와의 관계는 없다고 일축했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TSMC가 활용하는 핀펫(FinFET) 공정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시선이 남아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삼성 파운드리가 확보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주목받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GAA는 핀펫보다 전력 효율이 높은 차세대 기술인데요. TSMC는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 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부터 GAA 공법을 도입해 수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 글로벌 1위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내세운 강력한 무기, GAA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을 참고했습니다.
단채널 현상 해결사 'GAA'
GAA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트랜지스터(Transistor)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주요 소자인데요. 전류의 흐름을 조절해 증폭하거나, 껐다 켜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트랜지스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게이트(Gate)인데요. 게이트에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고, 반대의 경우에는 전류가 차단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대부분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트랜지스터를 '최초의 반도체'라고 부르기도 하죠.
트랜지스터는 작아질수록 더 빠른 연산이 가능하고, 더 적은 전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데요.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어 웨이퍼 하나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느냐가 반도체 성능과 직결되는 것이죠. 반도체를 작게 만드는 '초미세 공정'이 반도체 기술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요즘은 반도체 칩 하나에 트랜지스터가 수천만에서 수억 개가 들어가는데요. 공정이 미세해지면서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자, 작은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정밀하게 제어할 필요성이 높아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단채널 현상(Short Channel Effect)'이죠.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에 전압이 가해지면 채널(Channel)을 통해 소스(Source)와 드레인(Drain)으로 전류가 흐르면서 동작하는 구조인데요. 트랜지스터가 작아지면 소스와 드레인 간 거리가 가까워져 누설 전류가 발생하고, 결국 너무 짧아진 게이트는 제 역할을 못 하게 됩니다. 이렇게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게이트의 길이가 너무 짧아지면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단채널 현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ㅍ 기존에 사용하던 평판(Planar)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와 채널이 하나의 면으로 맞닿아 있는 평면(2D)구조라 단채널 현상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입체(3D) 구조의 공정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핀펫(FinFET)입니다. 핀펫은 구조가 물고기 지느러미(Fin)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게이트와 채널이 3면에서 맞닿는 3차원 구조로 접점 면적을 키운 것이 특징입니다. 게이트와 채널 간 접하는 면이 넓을수록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죠.
하지만 공정이 점점 더 미세화됨에 따라 핀펫도 한계가 왔습니다. 4나노 이후의 공정에서는 더 이상 동작 전압을 줄일 수 없다는 한계가 발견된 것이죠. 이에 따라 전류를 더 확실하게 제어하기 위해 핀펫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GAA가 탄생했습니다.
GAA 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면을 게이트로 둘러싼 형태입니다. 핀펫보다 게이트와 채널의 접점 면적이 넓어진 것이죠. 덕분에 기존보다 더 정교하게 전류를 조절할 수 있어 높은 전력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독자 구조로 효율 'UP'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부터 GAA 구조 연구를 시작해 2017년부터 3나노 공정에 본격 적용, 지난해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이 적용된 3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현재는 GAA 기반 3나노 1세대를 안정적 수율로 양산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2세대 공정 양산에도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면적이 16% 축소되며 전력은 45% 절감하고 성능은 23% 향상됐다고 하는데요. GAA 2세대 공정은 면적은 35%, 전력은 50% 줄이면서 성능을 30%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MBCFET(Multi-Bridge Channel Field Effect Transistor)'라고 불리는 삼성만의 독자적인 GAA 구조도 한몫을 했는데요. MBCFET GAA는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Nanosheet) 형태로 구현한 기술입니다. 기존 핀펫 구조나 일반적인 나노와이어(Nanowire) GAA 구조에 비해 통로를 넓혀 저항을 줄이고 전류가 더 많이 흐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누설 전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소비 전력도 줄일 수 있고요.
나노시트의 폭을 조정하면서 채널의 크기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연산을 많이 해야 하는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곳에서는 전류가 많이 흘러야 하기 때문에 넓은 시트를 사용하고, 저전력을 요구하는 곳에서는 좁은 나노시트를 사용하는 식이죠.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올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된 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계속 혁신해 나가며 인공지능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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