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헤즈볼라 움직임에 “사드 배치 등 중동 방어력 강화”
미국이 중동 지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등 방어력 강화에 나섰다. 이란의 후원을 받는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의 개입을 억제하고 전선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현재 가자지구는 물론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시리아 접경지역까지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향한 공격도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과 중동지역에서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에 의한 긴장 고조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상세한 논의를 거쳐 지역 내 국방부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현지 미군 보호를 위해 중동에 1개 사드 포대 배치와 패트리엇 대대들의 추가 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임을 분명히 하면서 헤즈볼라처럼 이란의 후원을 받는 다른 무장단체 개입에 경고를 한 셈이다.
다만 오스틴 장관은 중동 어디에 사드가 추가 배치되는지, 미군 병력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사드가 배치돼 있다.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이 지역에서 억지력을 강화하고 현지 주둔 미군을 군사적으로 보호하며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북쪽 국경을 맞댄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도 교전이 빚어지면서 확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헤즈볼라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서 하니타 키부츠(집단농장) 지역으로 여러 발의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와 실사격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 교전으로 헤즈볼라 대원 6명이 숨지고 이스라엘군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달 7일 이후 헤즈볼라 측 전사자는 19명으로 늘어났다며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 이후 레바논 접경 일대에서 벌어진 최악의 폭력 사태”라고 짚었다.
헤즈볼라눈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고 나섰다.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이날 헤즈볼라 대원 장례식에서 “헤즈볼라가 이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투의 중심에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 공격을 시작할 때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22일 “이날 새벽 5시 25분쯤 이스라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도시) 알레포 국제공항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달 12일과 14일에도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공항 등을 목표로 공습을 감행했는데, 이란의 개입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란은 시리아에 배치한 이슬람혁명수비대 병력을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쪽으로 옮기는 등 이스라엘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헤즈볼라 등 무장세력은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AFP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후 미군 주도의 연합군이 사용하는 이라크 기지 3곳이 5건의 개별 공격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2년 전 이란과의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했던 사드와 패트리엇 포대를 모두 철수했지만, 2년 만에 다시 중동에 방공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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