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청, “회장님 호출” 파출소장 갑질 ‘비위 인정’
경찰청이 파출소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부하 경관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비위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찰청은 진정을 제기한 박인아 경위에게 “당시 상황·참고인 진술 등 고려할 때 (A 전 파출소장의 행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지시 요구에 해당해 비위가 인정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지난 18일 통지했다.
앞서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 소속 박 경위는 80대 주민 B씨가 주관한 점심식사 자리에 참석을 강요하고 B씨의 사무실로 호출하는 등 부당행위를 했다며 당시 파출소장이던 A 전 소장을 상대로 지난 7월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A 전 소장이 주변 직원들에게 박 경위의 비위에 대한 진술을 강요했고, 서울경찰청과 성동경찰서가 사건처리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추가로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청 조사에서 A 전 소장은 지난 4월 80대 지역 주민 B씨에게 박 경위를 소개하고 만남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경위가 이를 거절하자 A 소장은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준대. 똑똑하게 생기셨다고 너무 칭찬을 많이 하시니까 사진만 받아서 가라”고 만남을 종용하기도 했다.
A 전 소장이 실내 암벽장서 암벽 등반을 강요한 혐의도 비위로 인정됐다. 박 경위의 근태를 문제 삼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출소 내부 폐쇄회로(CC)TV 불법 열람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담당자였던 C 경사가 박 경위에게 갑질 신고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고, 박 경위의 문의에도 답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 역시 비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경찰청은 A 전 소장의 진술 강요와 서울청 감찰조사계장 등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박 경위의 문제 제기는 비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성동경찰서가 해당 민원을 진정 사건이 아닌 감찰정보(첩보)로 분류해 ‘사건 처리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부 비리를 인지한 경우 처리방식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며 비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 이후 가·피해자 분리조치가 미흡했다는 점도 “분리 지시가 이뤄졌고, 분리 조치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확인된다”고 봤다.
경찰청은 서울청이 박 경위가 조사대상임을 암시하는 게시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려 박 경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결과를 참조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A 전 소장에 대해 서울경찰청에 ‘징계위 회부’ 의견을 통보했다. C 경사에 대해서는 ‘경찰청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 A 전 소장은 지난 7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직권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박 경위는 통화에서 “증거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꼬리 자르기식 감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34734?type=journalists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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