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해상서 낚싯배 전복 4명 사망···왜 뒤집혔나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낚싯배가 예인선과 충돌해 낚싯배에 타고 있던 4명이 숨졌다.
22일 부안해양경찰서와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7분쯤 부안군 위도면 하왕등도 동쪽 약 1.6㎞ 해상에서 18명을 태운 낚싯배 A호가 예인선과 충돌했다. 사고 직후 A호는 뒤집혔으며 예인선 일부는 부서졌다.
해경은 오전 6시 29분쯤 사고 해역에 도착해 A호 승선원 모두를 구조했으나 이 중 남성 4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헬기로 익산 원광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나머지 승선원 14명은 저체온증과 타박상 등을 호소해 익산과 정읍, 부안의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이들 중 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부상이 가벼운 5명은 귀가했다.
조사 결과 A호는 이날 오전 4시 30분쯤 문어·우럭 등의 낚시를 위해 부안 격포항에서 출항했다. 승선원들은 출항 당시 승선원 명부를 모두 제대로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과 어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호는 낚시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를 목격한 주변 어선들은 해경에 “A호가 예인선과 충돌했다”고 신고했지만, 이 지역 어촌계 주민들은 배가 뒤집힌 원인으로 예인선과 부선(바지선)사이에 연결된 와이어를 지목하고 있다. 예인선이 바지선을 끌기 위해서는 와이어가 연결돼 있는데, A호가 그 사실을 모른채 항해하다 와이어에 걸려 뒤집혔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예인선이 바지선을 끌고 가다가 두 배 사이에 있던 밧줄에 A호가 걸려 뒤집힌 것 같다”며 “사고 당시 주변에 낚싯배들이 많았지만 너무 어두워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A호가 뒤집히는 과정에서 어선에 설치돼 있던 위치 발신장치(V-Pass)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V-Pass는 선체가 일정 각도 이상 기울면 해경 등에 어선 위치와 구조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는 장치다.
해경은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을 조사 중”이라며 “사고 당사자와 목격자들의 주장이 달라 현재로서는 사고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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