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운동화와 작은 밥그릇'이 당뇨병 백신

2023. 10. 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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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가을 날씨를 보인 22일 시민들이 남산둘레길을 걷고 있다. 이승환 기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30세 이상 성인 6~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당뇨병 유병률이 높다. 2021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 단계(prediabetes) 인구는 약 1583만명이나 된다. 2012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대란'을 경고하면서 당시에는 2050년에 이르러야 당뇨병 환자가 600만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당뇨병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당뇨병은 유전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1970년대 이전에는 매우 드물었던 병이 갑자기 1980년대 이후에 폭증한 것은 유전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부모 중 한 사람이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가 당뇨병이 걸릴 위험은 2배 정도 증가하고, 부모 모두 당뇨병이 있으면 3~5배까지 늘어난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당연히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전달하는 유전자는 존재하지만, 과잉 영양과 운동 부족 때문에 당뇨병이 발병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유전자는 권총의 총알을 장전하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 위험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권총에 총알이 장전되지 않은 상태다. 당뇨병이라는 총알이 발사되려면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데, 방아쇠는 바로 과잉 영양과 운동 부족이다.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도 않는데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운 좋게도 권총에 총알이 장전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부모나 가족 중에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혈당 검사를 받아 당뇨병 위험 단계에 진입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35~40세 이후에 당뇨병 여부를 알기 위한 혈액 검사를 받기를 추천하지만, 가족력이 강하고 비만하면 20대 혹은 그전에라도 혈액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공복 상태에서 채혈해 혈당을 검사한 결과 99㎎/㎗ 이하이면 정상, 100~125㎎/㎗이면 당뇨병 전 단계, 126㎎/㎗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화혈색소 결과로도 분류할 수 있는데 5.6% 이하는 정상, 5.7~6.4%는 당뇨병 전 단계, 6.5% 이상이면 당뇨병이다.

검사 결과 당뇨병 전 단계로 나왔다면 2형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아 할까.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 장애와 인슐린 저항성 증가에 의해 이뤄진다. 인슐린의 분비 장애를 개선할 방법은 없지만, 인슐린 저항성은 체중 감량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생활습관 개선과 체중 감량을 통해 2형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규모 전향적 임상시험에 따르면 생활습관을 교정한 그룹에서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2형 당뇨병 진행이 58% 억제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미국과 핀란드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는 표에 나와 있는 전략을 사용했다.

'2형 당뇨병 예방 백신이 있나요?'라는 질문도 가끔 받는다. 필자는 "작은 밥그릇과 운동화가 백신"이라고 답한다. 2형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는 분은 팔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당뇨병 발병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도록 조심조심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당뇨병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조영민 교수(서울대 내분비대사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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