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유전자를 편집하니 닭이 조류독감에 안 걸리네"
양계·축산업에 활용 기대
영국 연구팀이 유전자 편집기술로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AI)에 강한 닭을 만들었다. 이 닭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10마리 중 9마리가 조류독감을 피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전파력이 거의 없다. 연구팀은 이 닭을 앙계장에 도입하면 3년 내 조류독감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동물에 유전자 편집이 허용되는 국가여서 조류독감 저항성을 지닌 닭의 도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헬렌 생·마이크 맥그루 영국 에든버러대 수의학과 교수와 웬디 바클리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전염병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유전자 편집기술로 조류독감에 저항성을 지닌 닭을 만들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조류독감에 저항성이 있는 세계 최초의 닭이다.
조류독감은 치사율이 100% 가까워 닭에게 치명적인 질병이다. 조류독감은 닭·오리·철새 등 조류가 'H5N1'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고 호흡기로 감염되며 사람에게도 드물게 감염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닭은 이런 대규모 전염병 사태를 막을 해결책으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닭에 침투한 뒤 'ANP32A'란 닭의 특정 단백질에 의존해 증식하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ANP32A 단백질 유전자를 편집하는 전략을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병아리 혈액에서 채취한 세포 속 ANP32A 단백질 유전자를 편집했다. 그다음 이 세포를 이용해 병아리를 부화시켰다. 이 병아리들을 10마리 닭으로 완전히 성장시킨 뒤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9마리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위적으로 바이러스를 닭에게 주입하자 약 5마리가 감염됐으나 바이러스 증식이 더뎠다. 유전자 편집한 닭을 2년 이상 관찰했더니 건강이나 산란 생산성 등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닭 세포 속 'ANP32B' 'ANP32E'란 단백질이 조류독감 바이러스 증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까지 모두 유전자 편집을 한다면 조류독감에 완전한 저항성을 지닌 닭도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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