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울진 송이만 kg당 11만원?”…4분의 1 가격 낙찰에 담합 의혹 시끌
송이철이 다 저물어 가는 요즘 경북 울진이 ‘송이 입찰가’ 문제로 시끄럽다. 최근 있었던 송이 입찰에서 울진산 송이 낙찰가가 안동, 영덕 등 주변 지역의 20~30% 수준에 불과하게 나오자 송이 채취 농가 주민들이 ‘담합입찰 의혹’을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오후 울진군 울진읍 읍내리 울진산림조합 2층에서 진행된 자연산 송이 입찰 현장. 이날 송이 1등품이 11만원으로 최종 낙찰되자 송이를 맡긴 농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산림조합 측에 “전국 시세에 맞지 않게 울진 송이만 가장 싼 가격으로 정한 것은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을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울진 주민 등에 따르면 같은 날인 지난 20일 이웃 지자체인 강원도 삼척과 영덕군의 자연산 송이 입찰가는 1등품이 45만7900원과 42만6900원에 각각 거래됐다. 경북지역 송이 주산지인 청송·안동·영주·봉화 등지에서 낙찰된 1등품의 경우도 43만원~45만원대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북에선 울진 외에도 10곳 산림조합에서 송이 입찰이 진행됐다. 영덕(489kg)군의 송이 수매량이 가장 많았고, 안동(204kg), 청송(150kg), 문경(126kg), 영주(52kg) 봉화(38kg)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울진은 이날 162kg이 거래됐다.
울진군의 한 농민은 “울진산 송이가 그다지 멀지 않은 다른 곳의 낙찰가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9일 입찰에선 울진산 1등품이 41만7700원에 낙찰됐는데 입찰 담합이 아니고서야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울진산림조합에 따르면 이날 입찰에는 모두 5명이 참가했다. 입찰 과정에서 kg당 1등품의 경우 입찰인 4명 중 3명은 모두 똑같은 가격인 10만원씩을 써냈고 1명은 11만원을 제시했다. 나머지 1명은 백지로 냈다. 이에 따라 11만원을 써 낸 사람이 최종 낙찰됐다. 전국 평균 36만원 선이던 2등품도 8만5000원에 낙찰됐다. 입찰 참가자 2명은 8만원, 나머지 1명만 8만100원을 써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등외품도 영덕의 경우 11만4487원인데 비해 울진은 4만원에 불과했다.
이런 소식이 퍼지자 송이채취 농가 700여명은 거리행진, 경찰 수사의뢰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근남면 구산리 남중학(58) 이장은 “송이는 대부분 70~80대 노인들이 새벽부터 온종일 산을 뒤져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채취한다”며 “송이철이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산림조합 수매장은 이젠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산불에 송이 산지까지 잃어버린 농민들을 더 우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산림조합은 2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안왕렬 울진산림조합 이사는 “입찰가 끝자리 1원 차이에서도 낙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전국 최하위 입찰가에다 그것도 맞춘 거나 다름없이 똑같이 써 낼 수 있냐”며 “경찰에 수사의뢰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현 조합장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울진에선 수년 전에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해 울진군산림조합이 인근 영덕군에서 입찰된 송이 단가로 보상을 해 준 사례가 있다. 울진산림조합 측은 송이 농가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산주와 생산자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고, 조합에서도 입찰 참가와 생산량 직접 판매 등 송이 농가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송이 작황은 모처럼 풍작이다. 21일 현재 산림조합에 위탁 판매된 전국 송이 수매량은 140.9t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t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울진은 보통 한 해 10.3t 정도의 송이를 생산하는데 작년엔 3월 큰 산불로 송이 산지가 피해를 입으면서 3.2t을 거래했고 올해는 그보다 많이 늘어 7.5t 가량이 채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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