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 공항공사 직원 수사 의뢰…“문정부 임명 사장 끌어내기 조치”

윤지원 기자 2023. 10.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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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43건 보안사고 징계, 수사의뢰는 윤 정부 들어 처음
문재인 임명한 윤형중 공항공사 사장 표적 감사 주장

윤석열 정부 국토교통부가 보안 사고를 문제 삼아 한국공항공사 소속 직원들을 연달아 수사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항공사 개별 직원을 보안 사고에 책임을 지우고 경찰에 넘긴 건 징계 처분 집계 이래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기관장을 밀어내기 위한 무리한 표적 감사라는 내부 불만이 나온다.

22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국토부는 지난 7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공항공사 소속 제주공항 보안검색감독자 A씨를 제주서부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지난 4월 5일 문형금속탐지기 전원이 8분간 차단돼 승객 일부가 검색을 받지 않고 항공기에 탑승했던 제주공항 사건에 대해 보안감독자였던 A씨에게 전적인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1월에는 12분간 보안장치가 꺼진 상태로 승객 다수가 검색대를 통과한 군산 보안사고에 대해서도 공항공사 소속 B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B씨 사건은 지난 5월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연달아 두건의 수사의뢰를 놓고 공항공사 내부에선 “이례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보안사고는 개별 직원에게 100% 책임을 묻기 까다로운만큼 개인이 아닌 공사에 대해 내부 징계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공항공사가 정식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래, 보안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건은 총 43건인데, 이중 윤정부 들어 수사 의뢰된 최근 두 건을 제외한 41건은 모두 공항공사 기관 차원에서 과태료를 납부하는 식의 내부 징계에 그쳤다.

제주공항 금속탐지기 전원 차단…공항공사 직원 책임 놓고 의견 분분

제주공항 사건을 구체적으로 봐도 징계가 다소 과해보인다. 국토부는 금속탐지기가 꺼져있던 당시 A씨가 정상적 근무지인 보안검색장에 없어 대처가 늦어진 점과 현장 직원으로부터 탐지기가 차단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21분 뒤에야 상부에 보고한 점을 이번 감사에서 문제 삼았다.

A씨는 지난 7월 국토부에 재심의 신청서를 제출해 이를 반박했다. 먼저, 사건 당시 보안검색장에 없었던 건 ‘시간대별 예상 승객 현황’ 등 통상적 업무 일지를 작성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현장 보안검색 직원도 자신의 소재와 업무 활동을 알고 있었다는 관련 CCTV 증거 영상도 국토부에 제출했다. A씨는 상부 보고가 지체된 것은 CCTV로 미검색 승객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오히려 이 때문에 전원이 꺼진 탐지기를 통과한 승객 31명 중 13명이 재검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A씨의 재심의 신청을 지난달 기각했고,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 처분과 함께 수사의뢰를 했다. 현장에서 보안검색 업무를 직접 담당한 자회사 직원들은 징계보다 낮은 ‘주의’와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공항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A씨는 감독 본연의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했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 행정에 따른 징계 면책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수사까지 받게 됐으니 앞으로 누가 보안감독직을 맡겠나”라고 말했다.

윤 정부 취임 1년간 국토부 산하기간 복무·특정감사 15건
15건 모두 전임 정부 임명 기관장

국토부 감사는 A씨를 비롯한 총 25명을 무더기 징계·경고·주의 처분했다. 이 감사는 지난 4월 개시 시점부터 윤형중 공항공사 사장 퇴진을 이끌기 위한 표적 감사라는 주장이 공사 안팎에서 제기됐다. 윤 사장은 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을 거쳐 국정원 1차장으로 일하다가 공항공사에 임명됐다.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국토부는 공항공사 특정감사를 진행한 배경으로 제주를 비롯한 ‘보안 사고’를 들었는데, 오히려 기내에서 실탄이 발생하고, 21㎝ 흉기 소지 승객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선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문정부 임명 기관장이었던 김경욱 전 인천공사 사장이 임기 10개월을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그간 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이 있는 기관에 대한 이례적 감사가 꾸준히 있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토부 산하기관에 대하여 이루어진 정기종합감사를 제외한 복무감사·특정감사는 총 28건으로 이중 15건이 윤석열 정부 취임 후 11개월 동안 진행됐다. 코레일관광개발, 한국도로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15건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가 기관장으로 재직 중인 기관이었다. 이중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수장들이 임기를 남기고 짐을 쌌다.

정기종합감사가 과하게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국토부는 전 정부가 임명한 권형택 전 HUG 사장이 사의를 밝히기 전인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정밀 감사를 진행했다. 통상 1주일내로 진행되는 감사가 대대적으로 확대되면서 권 사장의 사임을 압박하기 위한 감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는 25일 진행되는 공항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 측은 국토부의 표적 감사 문제를 집중 질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국토부가 전 정부 인사 찍어내기용 표적 감사를 전방위로 펼치면서, 공공기관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지경”이라며 “균형을 잃은 감사를 이번 국감에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본사에서 열린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주요 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공항공사 제공 2023.10.5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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