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국채 수익률 '5%' 시대… 주식보다 변동성 커진 채권
모기지·학자금 대출·자동차 할부 이자 줄줄이 상승 예고,
전문가들 "향후 몇 달간 국채 변동성 더 높아질 것" 전망
생각보다 강한 경제 지표에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엇갈린 신호가 겹치며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 정부 부채의 공급 증가로 향후 몇 달 동안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금리의 변동성이 주식만큼 높아진 가운데 시장은 금리 상승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의 발언이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뜻으로 비치며 10년물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단 분석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되고 미국 정부의 부채가 더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헌터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정부가 향후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더 크다고 인식하면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한다"며 "미국 정부의 부채가 늘자 (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돈을 빌려주는데 더 높은 수익(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모기지 금리, 자동차 대출, 학자금 부채 등의 주요 지표인 만큼 소비자들의 대출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프레디 맥에 따르면, 현재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평균 8%에 달한다. 학자금 대출도 더 비싸질 수 있다. 미국 가정의 절반이 대학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데 미 정부는 10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매년 한 번 해당 대출의 연간 이자율을 설정한다. 자동차 대출도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5년 만기 신차 대출의 평균 이자율은 현재 7.62%로 16년 만에 가장 높다.
기관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에 고심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상승해 위험이 없이 10년 간 투자 수익률이 50%를 넘는다는 것은 10년물 채권에 상당히 유리한 변화"라며 "적어도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자자에겐 주식보다 채권 비중을 높이는게 시기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게 부담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장기 금리의 변동폭은 최소 1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주식의 변동폭을 초과하고 있다. 통상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불린다. 그런데 채권 변동성이 주식보다 더 커지는 이변이 연출됐다. 중동 분쟁이 격화되면서 안전자산 수요 자체는 늘어났으나 지난 주 소매 판매 및 실업률 회복, 연준 관계자들 발언 등 이벤트가 이어지며 국채 수익률이 거의 매일 급격하게 변동했다.
알리안츠SE의 수석경제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연준이 금리정책의 방향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증권 매크로전략책임자인 마이크 슈마허도 블룸버그 TV에서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니 안전벨트를 매시라"며 "금리 변동성은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NP파리바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 윌리엄 마샬 역시 "변동성이 더 큰 변동성을 낳고 있다"며 "현 단계에선 어디에 닻을 내려야 할 지 전반적으로 확신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편 20일 뉴욕증시는 채권시장과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존스(DJIA) 지수는 전일보다 286.89(0.86%) 내린 3만3127.28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53.84포인트(1.26%) 하락한 4224.16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도 202.37포인트(1.53%) 내려 지수는 1만2983.81에 마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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