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가격 폭등, 환율상승…슈퍼컴 6호기 구축 '비상'
내년 중 도입을 목표로 하는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사업이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환율 급상승과 GPU(그래픽처리장치) 가격 급등으로 슈퍼컴 6호기의 성능을 계획보다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조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슈퍼컴 6호기 구축사업 요구성능이 당초 계획보다 대폭 떨어졌다. KISTI는 1988년부터 국가 슈퍼컴을 운영·관리해 온 기관으로 현재 5호기 누리온(25.7PF)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온 최대 시스템 사용률이 최대 90%에 달해 과부하 상태다. 슈퍼컴은 일반 컴퓨터처럼 사용하면 할수록 성능이 떨어진다. 누리온의 평균 시스템 사용률은 2019년 63.1%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81.7%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거쳐 올해부터 2028년까지 6호기 구축·운영비로 KISTI에 예산 2929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실제로 KISTI는 지난 5월·7월 입찰 공고를 냈지만, 해외 제조사들이 입찰에 들어오지 않아 유찰됐다. 지난달 1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3차 공고를 냈지만 GPU 기업의 입찰 참여는 불투명하다. 이 과정에서 KISTI는 3차 공고 요구성능을 2차 공고 때보다 대폭 낮췄다. 한정된 예산으로 구매조건을 맞추기 위해 성능을 낮춘 것이다.
2차 공고와 3차 공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KISTI는 슈퍼컴 6호기 운영 최적화를 위해 사전 도입하는 '파일럿 시스템' 저장 용량과 노드수 조건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6호기 도입에 필요한 기술지원 전담 인력도 최소화했다. AI 모델 학습 등을 위한 부품은 선택사항으로 변경했으며 운영최적화를 위한 시스템 기준도 낮췄다.
또 'GPU Fat 노드' 20대 도입 조건을 필수에서 희망사항으로 바꿨다. 이 장비는 병렬 GPU를 8개 이상 장착한 운영체제(OS) 서버다. 생성형 AI 모델 학습 작업 등에 활용된다. 관련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입찰 배점 문턱도 내렸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르지국립연구소는 1.1EF급 슈퍼컴 '프런티어'(Frontier)를 개발했다. 초당 110경 연산이 가능하다. 중국도 슈퍼컴 성능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미 1EF급 슈퍼컴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화학연구소(RIKEN)가 537PF급 슈퍼컴을 보유한 만큼 1EF급 슈퍼컴 도입은 시간문제다.
KISTI에 따르면 1EF급 슈퍼컴은 전세계 80억명 인구가 45년 계산할 일을 1초에 계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슈퍼컴은 기존에 인간이 할 수 없던 계산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 최적의 로켓 부품 설계 등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수백년에 걸친 기후변화 대응이나 우주개척 등을 대비할 수 있다. 슈퍼컴 경쟁력이 곧 국가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양자컴퓨터가 개발돼도 슈퍼컴은 여전히 활용할 수 있다. 양자컴은 특정 문제의 경우의 수에 최적화됐지만, 슈퍼컴은 과학·산업계에서 흔히 쓰는 시뮬레이션이나 AI 알고리즘 등 범용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결국 느리더라도 슈퍼컴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정문 의원은 "현재로선 성능이 떨어지는 슈퍼컴 부품을 더 비싼 가격에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기정통부와 KISTI는 상황을 제대로 분석해 슈퍼컴 6호기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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