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뿌리기업 절반 "외국인 노동자, 올해보다 늘려야"

최나실 2023. 10. 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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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뿌리기업 절반은 내년도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길 원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분야 300인 미만 중소기업 615개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활용 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한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에 대해 36.9%가 '올해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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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셋 중 한 곳꼴 '더 늘려야'
정부 내년 고용허가제 '12만 명+α'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도 강화해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경기 광주시의 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사업장을 방문해 외국인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국내 뿌리기업 절반은 내년도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길 원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현장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 인력 고용을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이에 발맞춰 외국인 노동자 지원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분야 300인 미만 중소기업 615개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활용 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한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에 대해 36.9%가 '올해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올해 규모(12만 명)를 유지하자는 응답은 58.7%였다.

E-9 비자 쿼터 확대가 필요하다고 한 기업들에 '적정 규모'를 묻고 평균을 낸 값은 15만1,000명 수준으로, 올해 정원보다 3만 명 이상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로는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서'(92.7%)라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특히 뿌리업종의 인력 수요는 더 높아 절반(50.3%)이 '올해보다 확대'를 희망했다. 뿌리업종은 주조·금형·용접 등 제조업 전반에 거쳐 활용되는 기반 공정기술과 정밀가공 로봇·센서 등 차세대 공정기술 업종을 뜻한다. 뿌리업종이 제시한 내년 외국인 노동자 도입 적정 규모는 평균 16만2,000명이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외국 인력을 쓰며 겪는 실무적 문제는 '의사소통 어려움'(53.5%)이 압도적인 1위였다. 외국인 노동자는 입국 직후 한국어, 노동법 등 16시간가량 짧은 취업 교육만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그동안은 고용노동부가 위탁한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등에서 한국어 교육을 해왔지만, 정부가 내년도 센터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한 상황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법무부·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별로 분산된 외국 인력 정책을 한곳에서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기업도 71.4%에 달했다. 이민청 설립에는 47.5%가 찬성,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35.0%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권리 침해, 지원 인프라 축소 거꾸로 가는 정부 이주노동 정책 규탄·대책 전환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도 중소기업 인력난을 이유로 내년도 고용허가제 규모를 역대 최대인 '12만 명+알파(α)'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예산 전액 삭감, 고용허가제 외국인 사업장 변경 시 지역 및 업종 제한 등으로 정착 지원과 인권 보장 측면에서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노동·시민단체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양대노총과 120여 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의 숙련과 장기체류가 정책 방향이라면 그에 걸맞게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과 지원 정책이 강화되는 게 당연하다"면서 "이주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추가로 박탈해 차별과 착취를 조장하며 숫자만 늘리는 정책을 엄중히 규탄하고 지금이라도 정부는 정책 전환을 하라"고 비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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