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원에 월세+관리비…20평 아파트 직접 살아보니
2023년 6월, 전남 화순군은 ‘월세 1만원 아파트’라는 파격적인 지방소멸 대응정책으로 이목을 끌었다. 화순으로 청년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청년·신혼부부 입주자를 모집하고, 20평형(실주거면적 49㎡)짜리 ‘화순 부영 임대아파트’의 보증금(4800만원)을 군이 대신 내주기로 한 것이다. 입주자는 예치금 88만원에 1년치 월세 12만원만 내면 돼, 100만원만 있어도 이 아파트(계약기간 2년, 연장하면 최대 6년)에 살 수 있다.
<한겨레21>은 당시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기에 당첨된 안우진(26)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살아온 그는, 이 아파트에 당첨되면서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화순군 이주를 결심했다. 직장이 광주에 있지만 자차로 3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해 지원한 터였다. 인터뷰는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이뤄졌기에 ‘살아보니 어떤지’ 묻기 위해 화순군민 3개월 차에 접어든 그에게 다시 연락했다.
—막상 입주해보니 어떤가. 화순군은 광주시에 비해 인프라가 없어 불편하진 않나?
“살기 괜찮다. 딱히 불편하게 느끼는 게 없다. (마트, 카페 등) 필요한 시설이 근처에 다 있다. 평일에 아침 일찍 출근해 퇴근하면 저녁이니까 이전과 거의 다를 게 없다. 주말엔 차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이전 인터뷰에서 결혼해도 계속 살 의향이 있냐고 묻자, 아이가 있으면 좁을 것 같다고 답했다. 살아보니 어떤가.
“화순 자체는 정착해도 문제가 없겠는데, 아파트 평수 때문에 불편할 것 같다. 부부 둘이서야 합의하면 살기 괜찮은데 실주거면적이 15평이라 자녀가 있으면 힘들겠다.”
—월세 1만원 외에 주거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게 있나.
“지금 전기·수도·가스를 많이 안 써서 아파트 관리비 7만원에 요금 다 합쳐서 10만원 정도 나온다.”
—화순군이 주목받으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모방한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다. 어떤 점을 신경 쓰면 좋을 것 같은가.
“워낙 괜찮은 정책이라 그대로 하면 좋을 거 같다. 다만 (지원) 소득기준을 좀더 완화해주면 더 유입이 많을 거 같은데, 또 (지자체 입장에선) 복지정책이니 무작정 소득을 완화해버릴 수 없는 일 같다. 또 나주 등이 비슷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일자리를 나주에서 얻어야 하는 제약 조건이 있더라. 그런데 사실 일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 직장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한계가 있어, 청년 입장에선 안 좋을 수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친구 등 주변 반응은 어땠나.
“다들 (정책에) 긍정적이었다. 저를 보고 2차 입주자 모집에 신청한 친구도 있다.”
—지방에 거주하며 직장을 다니는 청년으로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급여가 좀 오르면 좋지 않을까. 일자리가 지방에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대부분 연봉 3천만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 일자리가 많다. 수도권에선 중소기업도 연봉 4천만원을 주기도 하니 청년들이 연봉이 높은 기업이 있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사실 수도권에 살려면 또 고정 지출이 너무 많으니까 악순환인 거 같다.”
—동네에 살면서 최근 아쉬운 정책은 없었나.
“9월까지는 지역화폐 카드를 주변 대부분 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10월1일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에선 사용이 중단된다. 식비, 주류비를 쓸 때 다 지역화폐를 이용했는데 주유소는 대부분 사용이 안 되는 거다. 불편해졌다. 식비·기름값으로 한 달 50만원을 쓴다고 하면 10%인 5만원을 아껴 쓸 수 있었는데 식자재 마트에서도 사용이 힘들어졌다.”
화순 ‘만원 임대아파트’ 2차 모집은 2023년 8월 이뤄졌다. 1차 모집이 주목받으면서 더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청년·신혼부부 각 26명을 모집한 2차 모집에 청년 882명, 신혼부부 47명이 신청해, 청년 경쟁률은 34 대 1을 기록했다. 특히 1차 모집 때는 전남 청년들이 주로 신청했지만, 2차 모집 때는 서울·경기 등 타 지역 청년도 다수 지원해 ‘지방소멸 대응정책’으로서 인구 유입 가능성을 보여줬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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