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겨울 직행’ 아니다…남은 10월 평년보다 따뜻할 수도
올겨울 엘니뇨 영향으로 평년보다 ‘따뜻’ 전망
‘가을 건너뛰고 겨울’이 도래한 걸까.
이번 주말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21일 5.9도, 22일 5.4도까지 떨어졌다. 지난 19일(목요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14.9도인 것을 고려하면 2∼3일 만에 기온이 10도 가까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국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강원 태백과 대관령은 21일 각각 영하 1.3도, 영하 1.1도를 기록한 데 이어, 22일엔 영하 0.6도, 영하 1.3까지 떨어졌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더욱 낮아지며 ‘초겨울’을 방불케 했다.
봄 비중 25%, 여름 32%, 가을 19%, 겨울 24%
올여름 무더운 날이 길게 지속되다가 갑작스레 ‘추위’가 기습하면서, 대체 가을은 어디 갔느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 9월 전국의 평균기온은 22.6도로 평년(20.5도)보다 2.1도나 높았다.
기상청이 전국에 관측망을 설치한 1973년 이후 가장 기온이 높은 9월이었다. 서울에선 1935년 이후 88년 만에 처음으로 ‘9월 열대야’(9월4일, 열대야는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가 나타나기도 했다.
역대급으로 높은 기온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10월 들어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떨어져나온 공기가 한반도에 본격 유입되면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가을이 사라졌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지난 100년 사이, 4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의 계절 특징은 점점 옅어지는 모양새다. 기상청이 2021년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를 보면, 봄과 여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견줘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각각 6일, 20일 길어진 반면, 가을과 겨울은 각각 4일, 22일 짧아졌다.
각 계절이 차지하는 비중도 30년 동안 봄 23→25%, 여름 27→32%, 가을 20→19%, 겨울 30→24%로 변했다. 가을의 시작일도 9월17일에서, 9월26일로 9일이나 늦춰졌다. 기상청은 일 평균기온이 20도보다 낮은 날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그 첫날을 가을의 시작으로 본다. 올해는 9월30일부터 일 평균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졌다.
이번 주말 날씨 그대로, 예년보다 빠르게 겨울로 직행하는 걸까. 기상청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2일 낮부터 기온이 차차 올라 당분간 평년(최저기온 4∼14도, 최고기온 18∼22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중기예보’(10월25일~11월1일)에선 오히려 “평년(최저기온 3∼13도, 최고기온 16∼21도)보다 기온이 조금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25일부터 11월1일 아침 기온은 7∼15도, 낮 최고기온은 18∼23도로 예상했다.
보통 일 평균 기온이 5도보다 낮은 날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그 첫날을 겨울의 시작으로 보는데, 기상청은 올 겨울이 평년보다 다소 따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견줘 0.5도 높은 상태로 지속하는 현상) 발달 시기 우리나라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인 지난달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을 보면, 10월은 일 평균 기온이 평년(13.9∼14.7도)보다 높을 확률이 50%, 11월(평년 7∼8.2도)은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 12월은 평년(0.5도∼1.7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였다. 에이펙(APEC) 기후센터도 지난 16일 발표한 ‘동아시아 계절예측 기후전망’에서 2023년 11월∼2024년 1월 동아시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평년보다 적은 상태인 북극 얼음은 차가운 바람을 불러 오는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극 바렌츠-카라해 해빙 면적이 적은 상태가 12월까지 지속되면 우랄산맥 부근이나 동시베리아 지역에 기압능이 강화돼 동아시아에 찬 공기가 유입될 확률이 높아진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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