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펜스에 낀 고라니들… “우리도 같이 좀 삽시다”
도심 내려오다 끼임·로드킬 속출
야생동물 공존·보호 ‘대안’ 필요
도심으로 내려온 고라니가 안전펜스에 걸리거나 ‘로드킬’ 당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먹잇감 부족과 서식지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고라니가 도심으로 내려오다가 구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기지역 야생동물 구조 건수는 총 8만8천45건으로, 한 해 평균 1만7천600건의 야생동물이 구조되고 있다.
실제 지난 18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탑동 인근에서 철제 안전 펜스에 머리가 끼여 움직이지 못하는 고라니를 지나가던 시민이 119에 신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구출됐다. 안전펜스의 간격은 10~15㎝로, 고라니가 통과하기에 폭이 턱없이 좁았다.
또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지난 1일 도내 한 야산에서 탈진한 채 배회하고 있는 고라니를 발견했다. 협회는 고라니가 차에 치였던 흔적을 발견하고, 치료를 해준 후 방생했다.
이처럼 사고를 당하는 고라니가 계속 발견되고 있지만, 문제는 도내 외곽도로와 도심공원 등에 연결된 안전펜스에는 야생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고라니는 안전펜스를 넘어가기 힘들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안전펜스 사이로 지나가려다가 머리나 몸이 끼여 폐사되거나, 안전펜스를 뛰어넘어서 차에 치이는 일이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 야생동물의 이동을 위해 만든 ‘생태통로’처럼 도심 내 안전펜스의 설치 규정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재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장은 “사람들이 설치한 인공구조물로 인해 고라니가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펜스 간격을 늘리는 등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안전펜스 등의 구조물 설치 규정을 변경하는 것은 협의가 오래 걸리는 일”이라면서 “길을 가다가 다친 야생동물이 있으면 지역을 관할하는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경기도는 연천과 평택 2곳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를 두고 시·군 및 지정 동물병원과 연계해 야생동물의 2차 치료 전문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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