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이 길어질수록 시청자들도 집중력과 당이 떨어진다('뭉찬3')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예능 <뭉쳐야 찬다>시리즈는 명실상부 KBS2 <1박2일>과 같은 대표적인 주말 저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시즌1이 프라임타임인 일요일 저녁, 주말 드라마 자리 앞으로 편성이 변경된 이후, 최근 새롭게 시작한 <뭉찬3>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며 JTBC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이 거듭되며 고점에선 다소 내려왔지만 안정환의 맨파워와 시청자들이 믿고 몰입할 수 있는 선수들의 진정성으로 인해 실제로 한 팀의 성장을 지켜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같은 JTBC의 <최강야구>가 훨씬 뜨겁게 느껴지지만, 예능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면 매주 본방사수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다는 범용성 측면에서 <뭉찬>시리즈가 갖는 장점이 있다. 타 종목 레전드 선수들이 전혀 접해본 적 없는 축구를 뒤늦게 배우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 시즌1이 브랜드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시즌2부터 유명 셀럽 선수들이 점차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비인기종목 선수들이 채우면서 비인기종목 대한 조명이란 가치와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는 진정성 모드로 변화했다. 그리고 다행히 인지도 높고 방송 능력이 뛰어난 출연자들을 교체한 승부수는 보기 좋게 통했다. 웃고자 봤던 예능에서 피땀눈물과 성적을 중시하니 이탈도 발생했지만 결과적으로 스포츠예능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속가능성의 한계를 유예할 수 있었다.
스포츠 예능이 대체로 고전하거나 명이 짧은 이유는 근본적으로 시청자와 출연자(방송의 세계관)간의 동기부여의 동기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한 가지 프로그램일진데 출연 연예인들이 진짜 프로 선수처럼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중도 알고 있고, 종목의 관심도도 어느 정도 교집합을 이뤄야 하기에 라이브가 아닌 스포츠 승부에 몰입할 만큼 그들이 어필하는 최선과 스포츠 측면에서의 재미가 와 닿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능과 스포츠 두 측면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고 조율도 해야 하며,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한계라 여겨질 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단번에 넘어선 스포츠예능 두 편이 나타났으니, 개인의 진정성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SBS <골때녀>와 프로그램을 위해 아예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한 <최강야구>다. <뭉찬>시리즈도 이런 시대적 변화의 영향과 탄탄한 축구(조기축구)의 저변을 지렛대 삼아 개인이 아닌 팀의 완성도 향상으로 성장 서사를 만들고, 축구 게임의 질적 재미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흥미를 진전시켰다.
생초보들이 축구를 알아가는 성장서사는 전국제패를 목표로 한 출정기가 됐다. 그만큼 진지해졌다. 11대 11로 이뤄지는 정식 경기로 룰을 바꾸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준 높은 축구 실력을 갖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모여 아마추어 레벨 최상위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실제 축구단을 응원하듯 과몰입하는 시청자도 늘어나 예능임에도 선수기용이나 전술에 관한 피드백이 관련 커뮤니티에 주를 이룬다.
본격적인 축구를 하게 되면서 수준도 높이고, 얇고 (본 소속팀이 있다 보니) 유동적인 스쿼드의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오디션을 시작했다. 문제는 이 오디션 시리즈가 몇 차례에 걸치고 몇 차에 걸치는 등 지나치게 장기화되면서 시즌2의 메인이 되어버렸다. 오디션마저 진지하게 할 수는 없으니 예능적 장치가 대거 가미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패턴이 반복된다. 참가자만 바뀔 뿐 매회, 매주 비슷한 볼거리가 반복해 나열된다. 팀 성장의 정체와 오디션에 지나친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화제성과 시청률이 지지부진하고 광고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이 다음 시즌에 대한 언급 없이 시즌2는 다소 황급히 마무리됐다.
기약이 없었기에 새롭게 시작한 <뭉찬3>에 대한 반가움이 크다. 국내를 평정했으니 이번엔 해외로 나간다. 여행예능이 아닌 스포츠예능으로는 본 적 없는 규모의 새로운 도전이다. A매치가 그렇고 국가대표란 것이 그렇듯 결과가 우선인 기획이다. 출연진도 시즌2의 기조를 이어받아 김동연을 제외하고 '국민 스타급' 인지도를 가진 선수들은 대부분 빠지고, 현역 위주의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출연진의 인지도는 대폭 낮아졌지만, 인교돈 선수의 강력한 발차기를 당하면서도 카메라와 분량 걱정을 하는 이대훈처럼 남아 있는 선수들도 노련한 김성주, 김용만의 도움 아래 넉살 좋은, 재밌는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시즌2의 방향성 상실에 가장 지분이 큰 오디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즌3의 2회까지 1차 오디션이 진행됐고 곧 2차 오디션이 치러질 예정이다. 물론 새로운 팀 스쿼드를 꾸리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고, 새로운 선수들을 소개하고 캐릭터를 부여하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시즌2에 가진 아쉬움이 이어진다는 점이 신선함을 일정 부분 퇴색시킨다.
<환승연애>의 남희두 등 새로운 선수 만나는 재미가 있고, 핸드볼, 아이스하키, 태권도 발차기, 수구, 우슈 다양한 종목 선수들의 신기에 가까운 능력들을 볼 수 있는 볼거리도 있지만, 2시간 가까이 같은 패턴으로 피지컬 테스트, 축구 실력 검증이 나열식으로 반복되니 심사를 맡은 안정환, 박항서 감독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집중력과 당이 떨어진다.
시즌2에서 <뭉찬>은 분명한 성과와 한계를 두루 경험했다. 그러니 새로운 시즌에서는 반가움이나 스케일 확장을 넘어선 다음 카드가 필요하다. 오디션 자체는 예능 차원의 재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팀을 빌드업하고 숨 트는 과정이 다소 길게 느껴지게 만드는 요인이란 점을, 그리고 목표와 방향 설정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줘 보다 힘찬 서사가 진행되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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