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태원 참사’ 수사부서 일원화···1년 끈 서울청장 수사 불기소 가닥 잡았나
검찰이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던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수사부서를 일원화했다고 밝힌 데 따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에 대한 수사 종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호사단체 등에서는 검찰이 김 청장 등 ‘윗선’을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서부지검은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 부서를 한 곳으로 일원화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서울서부지검은 그동안 형사3부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를, 형사5부에서는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등 행정관청을 주로 수사해 왔다. 앞으로는 형사3부 일부 검사를 형사5부로 이동해 한 부서에서 수사를 진행하겠다게 수사 일원화의 골자다.
검찰은 “수사를 집중적으로 효율성 있게 하기 위해 수사검사를 부서 이동시켜 직접수사 하는 형사5부에서 일괄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한 경찰청 이태원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월 김 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이 전 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주요 책임자를 기소했지만 ‘윗선’으로 지목되는 김 청장에 대해선 송치 이후 9개월째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수사부서가 일원화되면서 김 청장을 불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윗선 수사’는 시작도 못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 청장을 수사해 온 형사3부가 아닌 구청·소방서를 수사하는 형사5부로 사건 전담이 맡겨졌기 때문에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이 더해진 상황이다.
10·29 이태원참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이창민 변호사는 “일원화는 수사를 종결하기 전 단계로서 인적 요소와 물적 자원을 덜 투입하려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이미 이태원 참사 관련 공판에서부터 검사가 사전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윗선의 책임을 입증하려 하고 있지 않다. 수사부서가 일원화되는 것은 이러한 우려가 기정사실화되는 단계라고 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사전 대비, 즉 계획 단계에서 대비가 잘 이뤄졌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고,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다 보면 서울경찰청이나 경찰청 본청의 관련자 수사가 진전될 수 있음에도 검찰이 그런 것들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현재 기소된 경찰과 공무원의 윗선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공소유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진동 서울서부지검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는데 이런 사안 자체가 우리나라에 없었고 특이한 사례이고, 고의범이 아니라 과실범 수사라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없어서 시간이 걸린다”며 “의견이 다양하게 나와 검토 중이며 빨리 속도를 내서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한 법리가 쭉 이어져왔고 유사 사례도 많기 때문에 아전인수격의 무의미한 항변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우리나라의 이전 사례에 비해서도 이상하다”라고 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관련해선 당시 서울청장의 유죄가 확정됐는데 현 서울청장은 아직 기소조차 안 된 상황”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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