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사랑받는 삼성 만들 것"… `취임 1년` 이재용의 승어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한 그는 지난 1년간 기술과 인재, 투자, 동행, 글로벌 등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앞서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밝힌 만큼 이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달려왔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미래 인재 양성과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한 초격차 기술 확보로 삼성의 재도약을 꾀하는 동시에 협력사, 지역사회 등과의 동행에도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지난해 25일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 때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사내 게시판에 공유하며 조용히 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만들자"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고,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과거부터 우수한 기술 인재 육성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전체 한국 경제의 미래 생존을 좌우한다는 철학을 꾸준히 밝혀왔다. 회장 취임 이후인 올 3월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며 제품 제조와 개발, 품질 유지의 최전선에 있는 현장 기술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사업장을 직접 챙기며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등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 천안과 온양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경쟁력 등을 점검했고, 3월에는 화성캠퍼스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는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삼성SDI 수원 사업장을 찾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을 점검하기도 했다.
초격차 기술의 기반이 될 대규모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분기마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95% 급감했지만, R&D 투자는 오히려 15.2% 늘렸다. 2분기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 7조20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2분기 시설 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은 향후 20년간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
이 회장은 강점 중 하나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에 동행하는 것을 비롯해 그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방문 등에 함께 하며 각종 투자 협력이 성사되는데 일조했다.
지난 1년간 언론에 공개된 일정만 따져도 해외 방문국은 10개국이 넘는다.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 회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 해외 여러 나라를 찾아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 행보로 광주의 협력회사를 찾는 등 중소기업, 지역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지역의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약속했다. 추석 연휴에는 중동 3개국을 찾아 명절에도 사우디 네옴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을 격려하고, 국내 자택으로 선물을 보내는 등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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