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도 사명"… `이건희 유산` 국민 문화향유권 높였다
감염병 등 의료공헌 1조 기부도
"문화유산 보존은 인류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입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지난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사회공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도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몫을 해야 한다"고 뜻을 밝힌 바 있다.
오는 25일 이 선대회장의 3주기를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KH(이건희) 유산'에 이목이 쏠린다. 많은 국민들은 KH유산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의미를 부여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2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문화유산 보존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고인의 철학에 따라 지난 2021년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했다.
유족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역대 최고 수준의 12조원 이상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유산의 약 60%를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이들이 대규모 환원에 나선 것은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이 선대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이 선대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등을 강조하며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했다.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1년 5월 '박수근 미술관'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열린 기증품 특별전시는 '이건희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까지 200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전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문화 공헌' 철학을 계승해 지금도 사회환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용인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상상속 상서로운 동물상)을 정부에 기증했다. 삼성은 최근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더욱 잘 알릴 수 있도록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운영을 위해 200만달러를 후원하기로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은 이 선대회장의 후원으로 지난 1998년 만들어졌으며, 한국실 오픈 25주년을 맞아 삼성이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1조원을 기부한 것은 이 선대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다.
유족 측은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했다.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2000억원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됐다.
취임 초기였던 1989년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해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어린이 사랑'을 실천한 이 선대회장은 이후에도 어린이집 건립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1990년 1월 '1호 어린이집' 개관 소식을 전해 받은 뒤 "진작에 하라니까 말이야"라고 말하며 크게 기뻐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를 계승한 유족들은 소아암·희귀 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환아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했다. 1500억원은 소아암 환자 지원에, 600억원은 크론병 등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사용된다.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2000여 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 명 등 총 1만7000여 명이 도움을 받게될 전망이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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