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경험 그 자체 인도

이지안(cup@mk.co.kr) 2023. 10. 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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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쌓아올린
가장 사치스러운 건물
400년 전 석공의 숨결이…
요새·석탑 곳곳마다
섬세하면서 화려한 기품
인도 아그라 지역 타지마할 앞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인도의 한 신부 모습. 이지안 기자

인도의 아그라는 로맨틱한 도시다.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난다. 의무감으로 도시 안내 음성 가이드를 귀에 꽂고, 그저 이해하려고 따라가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랑만큼 인간의 본능적 흥미를 끄는 주제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아그라는 인도 북중부에 위치한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도시로, 야무나 강변을 따라 형성돼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듣던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인도 아그라는 수도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230㎞ 떨어진 지점에 있다. 공항에서 3시간30분가량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 인도가 가진 넓은 땅덩어리만큼 도시의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인도는 지역마다 고유의 특색과 개성이 강한 곳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눈이 즐겁다'는 것이다. 원색들이 다양하게 섞인, 에스닉한 무늬의 인도 전통 의상은 눈에 단박에 들어온다. 인도의 건축물 또한 크기와 정교함 면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인도를 여행하는 내내 건물 구경, 사람 구경으로 눈은 쉴 새가 없을 것이다.

타지마할

아그라는 무굴제국의 수도였다. 무굴제국은 16세기 전반부터 19세기 중엽(1526~1857년)까지 인도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제국이다. 익히 알고 있는 아그라의 상징적 문화유산들은 16~17세기에 걸쳐 만들어졌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이슬람 건축물이 바로 타지마할이다.

'사랑을 위해 지어진 가장 사치스러운 건물'. 어떤 이들은 타지마할을 이같이 평가한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5대 황제였던 샤자한(Shah Jahan·재위 1592~1666년)이 끔찍이도 사랑했던 아내 뭄타즈 마할(Mumtaz Mahal·1593~1631)을 위해 만든 건축물이다. 3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묘비이기도 하다. 황제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샤자한은 많은 아내 중 뭄타즈 마할과 전쟁터에 동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녀가 1631년 출산하는 도중 숨을 거두자 황제는 엄청난 슬픔에 휩싸였고, 타지마할 공사는 그해 바로 시작돼 완공되는 데 22년이 걸렸다. 감동적인 스토리지만 이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은 오롯이 무굴제국의 백성들이었다. 타지마할 건축에는 2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원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건축하기 위해 샤자한은 세금을 무리하게 징발했고 이로 인해 백성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백성의 피와 땀이 깃든 타지마할은 뒷이야기를 모르고 보면 마냥 아름답기만 하다. 미적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타지마할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웅장한 타지마할의 정수는 완벽한 대칭성에 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완벽하게 안정적인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가운데 있는 대리석 영묘에는 샤자한 황제와 뭄타즈 마할이 함께 잠들어 있다.

아그라성

야무나강을 사이에 두고 2.5㎞ 떨어진 곳에 있는 아그라 요새는 샤자한이 말년에 감금된 곳으로 유명하다. 아그라성 테라스에서는 강 건너편으로 타지마할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샤자한은 폐위된 뒤 8년 동안 죽을 때까지 '포로의 탑'이라 불린 무삼만 버즈에서 타지마할만 바라보다 세상을 떠났다. 아들인 아우랑제브(재위 1658~1707년)가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찬탈한 것이다. 그는 1658년 세 형제와 누이를 포함해 그들의 지지 세력을 물리친 다음 아버지를 유폐시켰다. 타지마할 건축으로 국가 재정을 위기에 빠지게 만들고 또 아버지가 큰아들을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무삼만 버즈에는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하는 포토 스폿이 마련돼 있다. 관광객들은 이 공간에 서서 말년의 샤자한을 생각해본다. 그저 빨간 벽돌로 된 건물의 일부일 뿐이지만 공간에 서사가 깃들면 그곳은 더 이상 '그냥' 장소가 아니게 된다. 많은 이들이 무삼만 버즈를 아그라성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소로 꼽는 이유다. 아그라성의 포인트는 붉은 벽돌이다.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기 위한 해자가 성을 빙 둘러싸고 있다. 높이 20m, 길이 2.5㎞나 되는 성벽이 이중으로 성을 품고 있다. 견고해 보이는 성벽 안으로 들어오면 감춰진 내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크고 작은 궁전과 모스크, 정원의 테라스와 분수대는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자아낸다.

인도 델리에 있는 쿠투브 미나르.

쿠투브 미나르

아그라에서 뉴델리 국제공항으로 오는 길에 아그라성과 유사하게 적색 사암으로 만들어진 탑이 델리에 있다. 인도에 현존하는 거대한 탑 중 하나인 쿠투브 미나르는 13세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72.5m의 5층 석탑이다. 완공 방식도 아그라성과 유사하다. 델리 최초의 무슬림 군주인 쿠투브 우딘 아이바크가 건축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나, 그의 통치 기간에는 1층만 완성됐을 뿐이다. 그의 후계자인 일투미시, 그 뒤를 이은 피로즈 샤 투글라크가 그 위로 층을 계속 올리도록 했다. '쿠투브'는 '축'을 의미하며, 이슬람 세계의 새로운 축을 자임하는 의미의 건축물이다.

▷인도 여행 100배 즐기는 TIP=최근 '불교 건축 여행' 콘셉트로 인도와 부탄, 네팔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이 나왔다. 코엔씨여행사가 인도·부탄 여행 상품(8박9일)과 부탄·네팔 여행 상품(7박8일)을 출시했다. 관련 상품 문의는 대구·경북 지역 코다투어, 부산·울산·경남 지역 호경관광.

[인도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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