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르네상스 활짝 … 3000조 세계시장 누빈다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10. 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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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글로벌 정세로 인해
유럽국가 앞다퉈 군비 증강
경공격기·자주포·레이더 …
무기 내구성 충분한 검증에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까지
韓 방산업계 승승장구 행진
작년 수출액 역대최대 기록
2027년엔 매출 30조원 예상
글로벌 판로 계속 늘려갈 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형 궤도장갑차 레드백(왼쪽)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각 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한국 방산업계는 새 '전기'를 맞았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면서 과거 아시아와 북미를 축으로 움직이던 수출 구도가 크게 뒤바뀌어서다.

지난해 폴란드가 한국 방산기업과 124억달러(약 16조8000억원) 규모 초대형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힘입어 작년 한국 방산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 방산업계의 '르네상스'는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미·중 대결도 극심해지며 국방예산 증액 추세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미국 국방매체 에이비에이션위크(Aviation Week)는 전 세계 국방 예산이 올해 2조2000억달러에서 2032년 2조5000억달러(약 3372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광범위한 대러시아 제재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방산 '큰손' 국가들이 무기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방산업계에 기회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지역에서 안보 불안이 대두되고 있어 한국 방산업계의 수출 영토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방산업계의 대표적인 경쟁력으로는 내구성이 검증된 무기체계,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휴전 중인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는 안보 환경에 놓여 있어 각종 무기체계 양산에 특화됐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조건 아래 무기 성능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양산한 무기를 신속히 공급하는 점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폴란드 1차 방산 수출 계약에 따라 K2 전차(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FA-50 경공격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K-9 자주포)가 각 사 제품을 조기 납품하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방산업계 매출액은 올해 18조7839억원에서 2027년 29조7278억원까지 58% 급증할 전망이다.

남다른 경쟁력과 장밋빛 청사진을 바탕으로 국내 방산기업은 현재 폴란드뿐만 아니라 루마니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수출 영토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폴란드와의 1차 무기 도입 계약에서 FA-50 경공격기 48대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규모만 총 30억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를 반영해 최고 사양으로 성능을 개량한 FA-50PL(Poland)에 해당한다. FA-50PL은 공중급유기능을 탑재해 항속거리를 늘리고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 공대지·공대공 무장을 업그레이드해 기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KAI는 올해에도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18대의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 방산 시장에서 낭보를 이어갔다. 말레이시아가 도입할 FA-50 또한 공중급유 기능, 무장 업그레이드 등 성능을 개량한 기체다. KAI는 한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기본훈련기 KT-1을 비롯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지속적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신예 K2 전차를 개발 및 생산하고 있으며 차륜형 장갑차, 장애물개척전차 등 다양한 방산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노리고 있다.

현대로템의 주력 무기인 K2 전차는 지난해 폴란드와 총 180대 규모의 수출 계약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했다. 2008년 튀르키예에 기술을 수출한 이후 처음으로 완성품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K2 전차의 경쟁력은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120㎜ 활강포가 적용돼 최상급 화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장전장치 채택으로 기동 간 6초 이내에 재사격이 가능하다. K1 전차 대비 1명이 줄어든 3명의 승무원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한화시스템은 2000년 이후 20여 년간 함정의 '두뇌'에 해당하는 함정전투체계(CMS)를 자체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2017년 필리핀 2600t급 필리핀 호위함 2척, 2019년 필리핀 호위함 3척에 이어 지난해 필리핀 초계함 2척에 CMS를 도입하는 총 3300만달러(약 40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에도 2400t급 필리핀 연안경비함 6척에 CMS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하면서 낭보를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의 잠수함, 고속정, 대형 상륙함(LPD) 등 신형 함정 도입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또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Ⅱ(천궁-Ⅱ) 다기능레이더(MFR)'를 수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MFR은 탐지, 추적, 전자전, 요격 유도탄 연동 등의 레이더 기능을 동시에 보유해 탐지와 추적, 요격 유도탄 유도, 피아식별, 영역탐지, 요격확인 등의 기능과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등 총 8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K-9 자주포는 전 세계 9개국이 실전에 활용하는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포탑 완전 자동화, 유무인 복합 운용 능력으로 미래 전장을 주름잡을 대표 주자다. 현재 루마니아에도 수출을 타진 중이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용으로 제작한 '레드백' 궤도형 장갑차는 최근 호주군 현대화 사업인 '랜드 400' 3단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만 24억호주달러(약 2조원)에 이른다. 레드백에는 1000마력의 K-9 자주포 파워팩이 탑재돼 있어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 30㎜ 기관포와 대전차미사일도 탑재해 강력한 공격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 레이더(MFR).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은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양산하고 있다. 중·저고도로 침투해 오는 다양한 적의 공중 위협 및 탄도탄에 대응하는 '천궁-Ⅱ', 항공기·유도탄 등의 탐지가 가능한 '국지방공레이더', 대화력전 핵심 전력인 '대포병탐지레이더-Ⅱ', 보병용 중거리유도무기 '현궁', 소형 고속함정의 위협에 대응하는 해안 방어용 유도무기체계인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등 다수의 무기체계 개발을 완료해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1월 LIG넥스원은 UAE와 총 35억달러 규모의 천궁-Ⅱ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수출 영토를 중동으로 넓혔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도 천궁-Ⅱ 도입을 논의 중이어서 중동 수출길은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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