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본 적 없는 '투란도트'가 온다
연출 거장 손진책·테너 이용훈
국내 첫 오페라 무대로 화제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가 연극계 거장 손진책의 연출로 재해석된다. 오는 26~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서울시오페라단 제작 무대다.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손 연출은 "한 커플의 사랑이 아니라 온 나라와 민중의 행복과 승리로 해석할 것"이라며 "원작의 결말을 넘어보겠다"고 했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모험을 그린다. 청혼자에게 맞히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내고 죽여버리는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 그에게 빠져 목숨을 걸고 쟁취하려는 망국의 왕자 칼라프의 이야기다. 시녀 류는 칼라프를 짝사랑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하고 죽음을 맞는다. 푸치니는 3막 '류의 죽음'까지 작곡한 뒤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후배 프랑코 알파노가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내용을 덧붙여 완성했다.
손 연출은 이 마지막 부분에 비틀기를 시도한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류의 죽음을 밟고 사랑의 열매를 맺는 부분이 괴기하고 불길하다고 느꼈어요. 한 번도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투란도트가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푸치니도 피날레에 사랑의 듀엣을 그리지 못했는데, 그런 점이 꺼림칙했던 게 아닐까요."
손 연출은 류의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에 주목한다. 배경에서도 중국풍을 지우고, 어느 압제 국가의 풍경으로 묘사한다. 그는 "투란도트의 배경은 암울하고 희망이 없는, 죽음의 도시"라며 "결말에선 민중이 압제에서 벗어나 희망찬 나라, 생명의 도시로 바뀌는 것에 환호하며 끝난다.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기대된다"고 했다.
연극·창극·마당놀이 등 다양한 공연을 만들어온 그이지만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손 연출은 "모든 공연의 본질은 소통이기 때문에 오페라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면서도 "음악이 가장 우선이고, 대본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견강부회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꼼짝달싹하지 못하는 속에서 하는 작업도 재미있고, 새롭게 발견하는 게 생기더라"고 웃어 보였다.
이번 공연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테너 이용훈의 국내 데뷔로도 주목받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등에서 주역으로 섰으나 국내 오페라 무대는 처음이다. 국내 팬들에겐 서정적이면서도 힘찬 '리리코 스핀토 테너'로 유명 아리아 '네순 도르마'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이용훈은 현재 11월까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의 '투란도트' 공연 일정을 진행 중인데, 2주 동안 부여된 휴식기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기적처럼 이 자리에 오게 돼 놀랍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고국 땅에서 좋은 계절에 한국 데뷔를 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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