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우형·SK의 순환경제 달성 키워드 'H·O·P·E'
'기후변화의 인간 영향은 명백(unequivocally)하다.'
3월 20일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온난화·이상기후 원인이 기후주기와 같은 자연발생적 현상이 아닌, 인간 활동의 결과란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3000여명의 과학자들은 이전 보고서까지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는 데, 이번에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 같은 평가를 던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탄소감축 목표를 높이지 않으면 2100년 지구온도는 섭씨 1.4~4.4도(중위값 2.8도) 오른다. 지구 생물의 절반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세계 인구 절반인 40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린다. 기후변화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은 명백해졌다. 이제 예상 가능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인식을 넘어 공동 대응과 행동에 나설 차례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2019년 순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59±6.6Gt였다. 79%가 에너지·산업·교통·건물에서 나왔다. 인간의 윤택한 삶은 탄소배출을 유발하며 이는 자연이 희생한 결과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우리는 생활의 편리함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IPCC 6차 보고서는 지구 기온을 2030년 1.5도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CO₂ 배출량을 2030년 43%(2019년 대비)나 감축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래야 2050년 초반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이나 에너지 전환, 공급사슬, 소비습관이 변화가 없다고 전제한 단순 계산으로는 모든 정부·기업·가계가 경제활동을 43% 줄여야 달성 가능한 수치다.
이에 현실성 있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산-소비-재활용-재생산-소비로 이어지는 순환 생태계로 경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현재의 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경제 생태계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순환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도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한다. 폐기물의 용이한 재활용을 위해 제품 구조를 단일 재질로 통일해야 하고, 이에 맞춰 공급사슬의 혁신적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또, 소비자의 분리배출 노력과 주먹구구식으로 펼쳐지는 현재의 재활용 시스템을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것 하나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문제며, 먼저 나서는 곳이 없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우아한형제들과 SK지오센트릭이 손잡고 폴리프로필렌(PP)으로 제작된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의 화학적 재활용 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PP는 플라스틱 수지 중 가장 범용성이 넓은 수지 중 하나로, 폐플라스틱에서 고순도의 PP를 추출하는 방식의 화학적 재활용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양 사가 단지 재활용 협력에 그치지 않고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이해관계자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배달용기의 수거 방안을 함께 검토하는 한편,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등 기대효과에 대한 연구도 시작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에 우아한형제들과 SK지오센트릭이 진취적으로 나섰다.
물론 아직 큰 성과를 기대하긴 이르고, 기존 재활용 생태계 이해관계자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그러나 순환경제 생태계의 첫 발을 뗀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순환경제 생태계 도입을 위한 양 사의 도전에는 '인간'(Human)을 위한 '기술'(Original technology)과 '미래'(Prospect)를 향한 전국민적 '격려'(Encouragement)가 필요할 것이다. 양 사가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의 성공적 사례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환 전 하나벤처스 대표이사 alex.k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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