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낚시어선 전복 사고로 4명 사망…원인 추정은 제각각(종합3보)
"예인선과 부선 잇는 '와이어'에 걸린 것" 추정…해경, 수사본부 꾸려
(부안=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새벽녘 전북 부안 해상에서 7.93t급 낚시어선이 뒤집혀 4명이 숨지고 14명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직후 주변 선박들이 모여들어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탰으며 해경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사고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가을 낚시객 4명 사망·14명 부상
사고는 22일 오전 5시 57분께 부안군 위도면 하왕등도 동쪽 약 1.6㎞ 해상에서 발생했다.
문어 낚시를 위해 오전 4시 48분 격포항을 출발한 A호는 출항 1시간여만에 예인선(43t·다른 배를 끌거나 미는 선박) 뒤편으로 항해하다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선원 18명이 모두 물에 빠졌고 이 중 4명은 의식 불명 상태로 헬기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14명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중 9명은 여전히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5명은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8명 모두 출항 때 승선원 명부를 제대로 작성했고 구조 당시에도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구조 작업을 마친 해경은 뒤집힌 A호 주변에서 2차 사고가 없도록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유류 방제 작업 등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A호를 인양할 예정이다.
부안해양경찰서 관계자는 "A호가 예인선과 충돌했다는 신고를 받고 즉시 구조정을 급파, 주변 어선에도 도움을 요청했다"며 "A호가 뒤집어졌으나 예인선은 (사고 사실을 몰랐는지) 정상 항해했다"고 말했다.
"살려주세요" 급박했던 구조의 순간
사고 해역을 지나던 주변의 낚시어선들은 뒤집힌 A호를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구조에 동참했다.
가장 먼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김모 선장은 물 위로 드러난 배 밑바닥과 "살려달라"며 구조 요청을 하는 낚시객들을 목격했다.
김 선장은 배를 최대한 사고 현장에 가까이 대고 해상에 굵은 로프(밧줄)를 던졌다.
바다에 빠진 승선원들이 로프를 잡자 힘껏 당기고 끌어올렸다.
김 선장의 배에 탄 낚시객들도 한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A호의 선장도 맨몸으로 물에 뛰어들어 승객들을 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경의 요청을 받은 인근 선박들이 속속 사고 해역으로 모여들었다.
김 선장은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7명을 자신의 배에 태운 뒤 따듯한 커피와 담요를 제공하고 이들을 격포항으로 무사히 옮겼다.
그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어서 당황했지만, 사고를 목격한 누구라도 구조에 나섰을 것"이라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분들이 있어 마음이 안 좋다"고 말했다.
부선 충돌·와이어 걸림…원인 추정 제각각
해경이 사고 조사에 나선 가운데 배가 뒤집힌 이유를 두고 여러 추정이 나오고 있다.
당초 "예인선과 충돌했다"는 신고 내용과 달리 이 지역 어촌계는 예인선과 부선을 잇는 '와이어'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예인선 뒤쪽으로 항해한 A호가 뒤따라오던 부선을 보지 못해 와이어에 걸렸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사고 시각 예인선은 부선을 와이어로 연결해 끌고 가는 중이었다.
이날 오전 A호 선장을 만났다는 어촌계 관계자는 "선장은 이 예인선을 어선으로 착각해 예인선 뒤로 항해했다고 한다"며 "어선으로 착각하다 보니 예인선 뒤에 딸린 부선과 와이어의 존재를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A호 GPS 플로터(선박 위치·좌표·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간이 전자해도 표시장치)에서 부선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A호와 부선이 충돌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경은 현재로서는 "사고 원인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안해경 관계자는 "사고 어선이 와이어에 걸리거나, 뒤따라오던 부선 혹은 예인선과 충돌했다는 말들이 있지만 아직 원인을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배가 일정 각도 이상 기울어지면 울리는 어선 위치 발신장치(V-Pass)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도 조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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