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한국리서치 등 34개 여론조사기관, ARS 폐지···리얼미터는 유지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이 소속된 한국조사협회(KORA)가 정치·선거 여론조사를 할 때 자동응답서비스(ARS) 방식을 없애고, 사람(조사원)이 진행하는 전화면접 조사만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한국조사협회에는 국내 여론조사회사 34곳이 가입해 있다. 협회 소속이 아닌 리얼미터는 ARS 방식을 유지할 예정이다.
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일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기준’을 자체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회 소속인 메트릭스, 한국갤럽, 넥스트리서치, 리서치앤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한국리서치 등 34개 조사기관이 발표하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여야 정당 지지율, 총선 관련 여론조사 등에 이런 기준이 적용된다.
이 기준은 정치선거 여론조사에서 사람(조사원)이 진행하는 전화면접 조사만을 시행하며 ARS는 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협회는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 전송해 녹음된 목소리 또는 기계음을 통해 조사하는 ARS가 과학적인 조사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협회는 여론조사 응답률과 관련해 전국 단위 조사에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할 경우 최소 10% 이상, RDD(Random Digit Dialing, 전화번호 임의 걸기)를 이용할 경우 최소 7% 이상 응답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재 중이거나 통화 중인 조사대상자에 대해서는 3회 이상 재접촉을 시도하기로 했다.
조일상 한국조사협회 회장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 기준이 정치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정치권과 언론 등도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사협회에 가입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계속 여론조사를 규제하려고 여론조사 관리·감독위원회를 만들고 해서, 협회 차원에서 앞서서 기준을 마련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사협회 소속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요즘 전화 면접과 ARS 여론조사 수치가 차이가 크다고 정치권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한 번 정리하고 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 11명은 지난 5월 여론조사 관리·감독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여론조사 관리·감독위원회를 만들어 여론조사 실시, 공표, 보도 사항을 관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론조사 주최(의뢰) 기관이 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전문(실시) 기관에 여론조사 결과 공표·보도 예정 일시를 통보하고, 여론조사 전문 기관은 통보받은 공표·보도 예정 일시를 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8일 “국회에 발의된 여론조사 관리·감독 법안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알 권리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입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조사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ARS 방식 여론조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선거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기준이 있다. 한국조사협회, 한국정치조사협회, 관련 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기준”이라며 “(조사협회가 ARS 방식을 폐지하는 건) 정부·여당의 관리·감독과는 무관하고, 선거 때마다 ARS 조사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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