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 박씨 물어다 준 유인촌 "지역균형발전 더 세심히 살피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호남을 1박2일간 방문해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지역균형발전을 약속했다. 유 장관은 지난 20일 오전부터 전북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을 시작으로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그리고 전남 신안 뮤지엄파크까지 호남 지역 문체부 소속기관과 문화예술시설을 점검하는 등 현장행보에 나섰다.
특히 유 장관은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을 끝까지 살피겠다며 호남 민심을 다독였다. 옛 전남도청은 ACC 건립 과정에서 별관 일부가 해체되자 이에 반발하는 지역 단체들의 점거 농성으로 10여년간 해결이 어려운 난제로 꼽혀왔다.
유 장관은 MB정부때 별관 보존을 2009년 직접 만나 합의해 준 인연으로 20일 ACC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지킴이 어머니' 회원들과 재회해 면담하면서 "10여년 만에 어머니들을 만났는데 얼굴이 다 기억이 났다. 오랫동안 고생을 하신 것 같다"며 "끝까지 살펴서 잘 마무리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체 회원들이 반기며 "다시 만나길 기다렸다"고 말하자 유 장관은 "마침 착공식도 곧 하고 오래 전 만났던 어머니들이 절 기다렸다고 하니 강남에서 박씨 물고 돌아온 제비 같은 기분"이라며 웃기도 했다.
20일 저녁 언론 간담회에서도 유 장관은 "옛 전남도청은 협의를 잘해서 어머니들 요구도 충분히 반영해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CC 건물 지상층과 연결된 옛 전남도청은 오는 30일 복원 착공식을 작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이뤄진다.
ACC 현장 점검 중엔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나 지역 문화예술 정책에 관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MB정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문체부 장관 임기를 마치고 배우로 활동하던 2016년 9월, 광주지역 배우들과 함께 두달여 합숙하며 연극 '홀스또메르'를 ACC 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던 경험담을 들려줬다. 열악한 지역 환경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했다.
그런 맥락에서 유 장관은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밝혔듯이 앞으로 문체부 소속 국립공연단체와 기관들이 지방 곳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방에 계신 분들도 수도권에 비해 소외되지 않고 문화예술을 제대로 즐기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의 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계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피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방문에 앞서 유 장관은 전북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을 찾아 2010년 해외 공연에 참가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던 고(故) 김수연, 고은주 단원을 추모하기도 했다.
언론 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문화예술체육 분야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과거에는 맡겨놓고 지자체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방식으론 해결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어 "조금 더 챙기고 조금 더 섬세하게 해야겠다"며 "과거에는 보조금 주고 '알아서 하세요'였다면 이제는 컨설팅도 하고 마지막 결과까지 잘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립극단 서계동 부지 등을 직접 찾고 국방부와 교육부 등 관련 부처를 직접 설득하고 국회를 찾아다닌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역대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이 직접 발품 팔아 부지를 찾고 이해관계 기관들을 설득하는 어려운 문제해결 과정 끝에 성사될 수 있었단 점도 설명했다.
호남 외에도 지역을 계속 방문할 뜻을 밝힌 유 장관은 "지역에 산재한 문체부 소속 산하 기관들을 계속 다녀야 한다"며 "소속 기관장 회의도 월 1회 정례화해서 세종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현안 가운데 가장 급한 분야로는 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꼽았다. 유 장관은 "이미 예산도 다 끝났고 사업공고도 내서 내년 신청을 받고 있는데 바꿀 부분에 대해 다 주문을 했다"며 "최대한 맞춰서 바꿔보라고 했고 그게 제일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신안 자은도 '문화의 달' 개막식 축사를 통해선 "앞으로도 지역이 가진 소중한 자원들을 발굴해 세계인을 사로잡을 새로운 K-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MB정부 장관 재임시절부터 매년 10월 열리는 '문화의 달'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밝힌 유 장관은 "인구감소와 수도권 쏠림이 나날이 심각해지며 많은 이들이 지역소멸을 이야기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산다이(신안 섬지역 축제명)'와 같은 지역 고유의 축제문화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역을 특화하며 문화를 풍성하게 일구어나가는 신안군 사례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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