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5%”···미 장기 국채 고금리 언제까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서면서 고금리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여러 여건들을 봤을 때 단기간에 고금리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다.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다른 나라의 국채는 물론 회사채도 따라 오른다. 고금리는 달러강세로 이어져 자본유출(달러유출)과 함께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20일(현지시간)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하락하면서 4.92%에 거래를 마쳤지만 뉴욕 증시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하락했다. 전날 1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한때 5%대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2개월 전과 비교하면 약 1%포인트 급등했다.
자산운용사 SSGA의 알타프 카삼 전략가는 지난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장기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년에도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 같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삼은 “(미국) 경제지표가 여전히 견고해서 연준이 금리를 낮출 명목이 없다”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완벽히 승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미국 경제가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에도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고,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바꾸지도 않았으며, 다른 중앙은행의 매도 등으로 시장에 공급물량도 증가했다”면서 “미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도 미국 경제지표의 둔화가 확인돼야 장기금리 급등세가 진정될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미 장기금리 급등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보다는 장기채 보유 기간에 대한 추가 보상금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완화하면서 위험회피(헷지) 수단이라는 장기채의 매력이 줄었고, 미국의 장기 재정건전성 악화와 국채 발행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고 봤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중순까지 발표되는 10월 고용(11월3일)·소비자물가(11월14일)·소매판매(11월15일)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 초반에서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미국의 높은 시장 금리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급등했지만 고용시장의 수요가 높았고, 코로나19 때 쌓인 초과저축이 민간소비 회복을 이끌었으며, 임금 소득도 물가보다 빠르게 올랐다.
한은은 22일 ‘미국 소비 호조의 배경과 향후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그동안 미국의 견조한 소비 회복을 뒷받침했던 요인 중 고용과 임금 상승세는 최근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는 흐름이 계속되고, 가계 초과저축도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면서 “고금리의 파급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모기지대출 실효이자율은 연준이 금리인상에 착수한 후 0.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신용대출(소비자신용)의 실효이자율은 4%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신용카드와 오토론 연체도 최근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이 이번 달부터 재개돼 소비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다.
김위대 부장은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 여파는 글로벌 혁신투자와 잠재성장률의 약화, 신흥국의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 달러화 부채가 많은 국가의 상환능력 저하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급격히 상승한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화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 활력 크게 약화하고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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