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K-해저 케이블’ 수출길 여는 아시아 최대 LS전선 동해공장

이진주 기자 2023. 10. 22. 15: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직원들이 턴테이블에 해저 케이블을 선적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지난 19일 강원 동해시에 위치한 LS전선 동해사업장. 아파트 63층 높이(172m)의 해저케이블 생산설비인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타워 꼭대기 층에 올라서자 전체 면적 27만㎡(약 8만10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이 한눈에 들어왔다. VCV 타워는 외부에서 보기에 일반적인 빌딩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설비로 가득 차 있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은 “현재 유럽에서 180m 높이의 타워가 지어지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VCV 타워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LS전선은 2007년 국내 최초로 해저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총 사업비 3000억원을 투자해 2009년 11월 강원 동해시에 케이블 전문 공장을 세웠다. 선박용·차량용 등 다양한 산업용 케이블을 생산하는 1~3공장과 HVDC 전용 생산 공장인 4공장은 ‘갱 웨이(Gang Way)’라고 불리는 통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케이블은 롤러코스터 레일을 닮은 갱 웨이를 통해 각 동을 오가며 총 6단계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공장마다 사람 몸통만 한 굵기의 단단한 케이블이 대형 턴테이블에 돌돌 말려 적재돼 있었다.

노란색이나 빨간색 띠가 둘러진 케이블 완제품은 공장에서 멀지않은 동해항까지 갱 웨이를 따라 이동한다. 전용 육교를 이용해 4차선 도로 위를 지난 뒤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동해항 마당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선박(포설선)에 실린다. 이날은 전북 신안 비금도로 가는 7.2㎞ 길이 154킬로볼트(kV) 케이블이 LS마린솔루션 ‘GL2030’ 선박에 옮겨지는 중이었다. 여상철 동해공장장은 “전선 한 줄을 싣는데 짧게는 2일부터 최대 보름까지 걸린다”며 “케이블에 변형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 곡률 반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다소 느린 속도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직원들이 턴테이블에서 작업하고 있다. 턴테이블 뒤로 지난 5월 준공된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타워가 보인다. LS전선 제공

해상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바닷속에 설치하는 해저 케이블은 해저의 강한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지중 케이블 대비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문제 발생시 복구에 최장 반년 이상 소요돼 품질 관리도 까다롭다. 해저케이블 제작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한번에 할 수 있는 기업은 LS전선과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독일 NKT, 일본 스미모토 전기산업 등 5개 정도다.

LS전선은 자회사 LS마린솔루션, LS전선아시아와 함께 ‘삼각편대’를 구성해 5년 뒤 매출 1조원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제조 기술과 LS마린솔루션의 시공 능력을 더한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전남 ‘안마 해상풍력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첫 시너지를 냈다.

해외 동반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LS전선은 미국과 유럽, 베트남, 중동까지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김형원 본부장은 “미국 공장은 부지 선정 막바지 단계로 거의 확정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업을 담당하는 LS전선아시아는 지난 12일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 기업과 협력해 현지 해저 케이블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는 “베트남에 공장을 지으면 현지 해상풍력 시장에서 발주되는 케이블을 독과점으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LS전선 강원 동해사업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원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사진 가운데),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왼쪽),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LS전선 제공

동해 |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