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단 원하면 아무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한국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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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온웹은 자신들이 임신중절 약을 제공하는 것이 '정당행위 내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은 아무런 제한 없이 수술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며 위민온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긴급피난 여부에 대해서도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은 현재 아무런 제한 없이 수술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며 "위민온웹의 의약품을 대체할 수단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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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후속 입법 없는 현실과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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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약물을 제공하는 위민온웹(Women on Web) 누리집 접속을 차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민온웹은 임신중절이 어려운 국가에 사는 여성에게 임신중지 관련 상담을 하고 임신중절 약물을 배송하는 캐나다 소재 비영리단체다. 위민온웹은 자신들이 임신중절 약을 제공하는 것이 ‘정당행위 내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은 아무런 제한 없이 수술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며 위민온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위민온웹 인터내셔널 파운데이션이 방심위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12일 원고 패소 판결을 냈다. 방심위는 위민온웹이 약사법 등 관련 법령을 어기고 임신중지 유도제 등을 판매한다며 망사업자들에게 누리집 접속을 차단하라는 시정요구를 했다. 이에 위민온웹 쪽은 지난해 3월 행정법원에 시정요구를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위민온웹 쪽은 “위민온웹 누리집은 낙태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하는 것을 돕고자 의료진의 문진을 거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안전한 임신중절 의약품을 무상으로 제공했을 뿐”이라며 “(이 행위는) 정당행위 내지 긴급피난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형법에서 긴급피난은 생명·신체 등의 급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위민온웹의 행위가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임신중지를 위한 대체 수단이 있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방심위의 시정요구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민온웹은 의약품 전달의 대가로 기부금 명목의 금액을 받았다”며 “약사법이 규정하는 수입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대가를 받고 판매한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봤다. 위민온웹은 임신중지가 불법인 나라에서 임신 10주 미만 여성에게 70~90유로(8만~11만원 정도)의 기부금을 받고 임신중절약을 제공해왔다.
아울러 재판부는 긴급피난 여부에 대해서도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은 현재 아무런 제한 없이 수술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며 “위민온웹의 의약품을 대체할 수단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성이 원하면 ‘제한 없이’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와 국회는 후속 조치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안전하게 임신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어디인지,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의논할 곳을 찾지 못해 인터넷 사이트를 헤매며 ‘각자도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임신·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임신·출산 갈등 상담’(1644-6621) 전화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담 역시 병원 등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정보 및 적절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위민온웹 쪽의 소송대리인 양규응 변호사(법무법인 봄)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위험할 수 있는 수술로만 임신중지를 해야 한다. 이때문에 안전한 약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게 돕는 위민온웹의 활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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