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전력 대동맥' 주문폭주···LS전선 수주잔액 4년만에 8배 '껑충'
배 위 똬리튼 수천톤 해저케이블
아파트 63층 높이 생산설비 눈길
해상풍력발전 열풍에 수주 호황
'제조-시공' 일원화 시스템 강점
아시아권 넘어 선진국 진출 목표
미국 생산거점 건설 투자도 임박
이달 19일 찾은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사업장. 이곳에서는 수천 톤의 케이블이 바다 밑에 케이블을 매설하는 포설선(船)으로 끊임없이 들어가고 있었다. 배 위로 거대하게 똬리를 튼 직경 230㎜의 해저케이블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로 수송돼 비금도 태양광발전단지와 안좌도 사이 약 7㎞ 해저 구간을 잇게 된다.
해저케이블을 만드는 공장에서도 밀려드는 일감을 소화하느라 작업이 한창이었다. 특히 이 공장에서는 아파트 63층 높이(172m)의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타워가 두 눈을 사로잡았다. 이 시설은 케이블 재료를 중력 방향으로 고르게 배열시켜 완성품의 품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여상철 LS전선 동해공장장은 “해저케이블을 한 번에 얼마나 길게 생산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피와 땀이 서린 자체 연구와 오랜 업력을 통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LS전선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해저케이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LS전선의 수주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5조 4000억 원으로 4년 전인 2019년(6700억 원)과 비교해 8배 넘게 증가했다. 올 5월 전 세계 전선 업체 수주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2조 원대)인 네덜란드 테네트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지중케이블 물량을 수주했고 대만 1차 해상풍력단지 건설 사업과 관련한 수주액도 누적 1조 원을 넘기는 등 굵직한 주문 실적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주문량 폭발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며 HVDC 케이블을 활용한 국가 간 전력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HDVC 프로젝트도 대거 추진되고 있다. HVDC는 기존 직류 방식보다 송전 거리에 따른 손실이 적어 장거리일수록 더욱 경제적이고 효과적이기에 국가 간 송전에 유리하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유럽 해저풍력 사업은 이미 HVDC로 거의 다 전환됐다”며 “미국에서도 이제 막 해상풍력을 시작하는 단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데다 특수 설비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공급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해저케이블 사업은 넥상스(프랑스), 프리스미안(이탈리아), 스미토모(일본), LS전선 등 4개 기업이 점유율 85%를 차지한 과점의 형태다.
과거 해저케이블 사업이 큰 빛을 보지 못하던 시기에도 이어온 과감한 투자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LS전선은 2008년 동해 사업장 해저케이블 1공장을 완공한 뒤 2013년 한 동이었던 1공장을 두 동으로 확장했고 2019년 500억 원, 2021년 186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올해 5월 아시아 최대 HVDC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인 해저4동 가동을 시작하며 생산능력(CAPA)을 1.5배 이상 늘렸고 8월에는 1555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설비 확장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투자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단계”라며 “앞으로 5년 내 해저케이블 매출 1조 원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목표는 아시아권을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수주량을 늘려가는 것이다. LS전선은 이를 위해 미국 생산 거점 건설을 검토 중이며 투자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다. 자회사인 LS전선아시아도 베트남 PTSC와 현지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함께 추진하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물량 확대를 노린다.
김 부사장은 “국내에서 해저케이블을 생산해 유럽·미국 등으로 싣고 가면 판가의 15~20%가 운송비에 들어가기 때문에 각 거점별 현지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각 권역마다 공장을 같이 지어보자는 제안을 하는 파트너들이 줄지을 정도라 성공에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역별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유율 확대 면에서는 올 8월 국내 1위 해저케이블 시공 전문 기업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하며 갖춰진 ‘제조·시공’ 일원화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생산부터 시공까지 모두 책임지는 턴키(통합 발주)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사별 ‘맞춤형 해저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가 통신케이블에 국한돼 있었다면 LS전선을 모기업으로 맞이하며 전력 쪽까지 사업 영역이 늘어났다”며 “매출 규모 확대와 이익 개선은 물론이고 향후 시너지도 크게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동해=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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