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방치된 공터, 주민 ‘최애’ 장소로···동대문구 ‘지식의 꽃밭’

유경선 기자 2023. 10. 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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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지식의 꽃밭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유경선 기자

천덕꾸러기 같던 빈땅이 한 달 만에 주민들의 ‘최애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서울 동대문 전농동 5000평 넘는 대지에 문을 연 초화원 ‘지식의 꽃밭’ 덕분이다.

지난 19일 찾은 현장에는 황화코스모스와 백일홍, 맨드라미, 해바라기 등 가을꽃이 한창이었다. 꽃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들었고 체험학습을 나온 어린이들,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어르신들이 꽃 사이에서 가을 볕을 즐기고 있었다. 유행인 ‘맨발걷기’를 하느라 꽃밭 곳곳에 주민들이 벗어둔 신발도 보였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전농동 691-3번지 일대 초화원 땅은 10년 넘게 방치돼 있었다. 2006년 학교 부지로 지정됐지만 수요 감소를 이유로 교육청 인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전농동에 서울시립도서관이 들어서기로 결정됐지만 이후에도 부지는 3m 높이 담장으로 둘러싸여 방치돼 왔다.

잡풀이 무성하고 무단 투기 쓰레기로 가득했던 이 곳에 꽃을 심기로 한 것은 지난 7월이었다. 서울시립도서관은 설계안 공모가 진행 중으로, 착공은 202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1만6899㎡ 부지를 놀리지 않고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수 없을까. 이필형 동대문구청장과 직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꽃을 심어볼까?” 누군가의 한마디에 녹지 조성이 추진됐다. 동대문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해 꽃심기가 결정됐다.

우려도 많았다. 넓은 땅이 한번에 담장을 허물고 개방되면 치안상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흉물스러운 공터가 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우려는 개장 한 달 만에 “그냥 도서관 안 짓고 꽃밭으로 두자”는 말로 바뀌었다. 이 구청장은 “조선시대에 임금이 농사 시범을 보이던 땅”이라며 “땅이 좋아 씨앗이 금세 자랐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성공할지 몰랐다”고 했다.

서울시도 협조했다. 동대문구가 3500만원, 서울시가 4억원 예산을 댔다. 시 소유 부지이지만 착공 전까지 동대문구가 무상으로 사용한다.

동대문구는 2025년 6월 도서관 착공 전까지 이 공간을 초화원으로 운영한다. 공간 활용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오는 11월10일에는 주민들에게 꽃씨를 나눠주고 버스킹 공연을 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봄에는 청보리, 유채꽃, 꽃양귀비를 심을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동대문구에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녹지공간 확보가 미래도시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동대문구 지식의 꽃밭. 유경선 기자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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