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가창력과 압도적 무대, 오페라 ‘노르마’ 14년만 한국 공연
서울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으로 이탈리아 대작 오페라 <노르마>가 무대에 오른다. 압도적인 규모와 파격적인 연출로 유명한 작품이다. 고난도의 가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나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 한국 공연은 14년 만이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노르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주인공 ‘노르마’ 역을 맡은 소프라노 여지원은 2015년 세계적인 여름 음악축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에게 발탁돼 오페라 <에르나니>의 ‘엘비라’를 연기했다. 이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여지원은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스타가 됐다.
노르마는 갈리아 지방에서 드루이드교를 이끄는 여성 제사장이다. 로마 점령군 총독인 ‘폴리오네’와 비밀리에 연애하며 그의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폴리오네가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와 사랑에 빠져 배신당한다. 노르마가 무대에 등장하며 부르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Casta Diva)’는 외면의 카리스마와 내면의 고통을 모두 담아야 한다.
여지원은 “노르마의 전체적 성격은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누르고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듯이 노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드라마틱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내면에 집중하며 노래로 표현했어요. 노르마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제사장)과 감정(사랑)의 대조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삼각관계같이 아침드라마에서 볼 법한 장면도 많이 나와요. 관객이 노르마의 감정을 쭉 따라오면 어렵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지원과 함께 노르마를 연기하는 이탈리아 소프라노 데시레 랑카토레는 “여성으로서의 노르마에 주목해 연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르마는 굉장히 강한 여성입니다. 신성한 제사장이지만 거짓말을 숨기고, 중심에 있지만 소외된 느낌도 있죠. 고통스럽게 배신당한 여성, 신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가진 여성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
<노르마>는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의 1831년 작품으로 기교적 창법을 중시하는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현대에는 성악가들에게 고난도의 가창력뿐 아니라 섬세한 연기력까지 요구한다. 한국에선 1986년, 1988년, 2009년 3차례만 공연됐다. 지휘를 맡은 로베르토 아바도는 “훌륭한 성악가가 없다면 차라리 공연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아바도는 2014년 별세한 명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이다. 이번 공연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노르마>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성악가가 필요합니다. 좋은 기교가 없다면 음악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각 배역의 선택이 탁월했어요. 노르마의 용암 같은 고통과 에고(자아)가 더 높은 차원으로 변화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열정적인 작품이죠. 옛날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도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을 연출했던 알렉스 오예가 <노르마>의 연출을 맡았다. 오예가 2016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 <노르마>는 약 3500개의 십자가로 배경을 꾸며 기괴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가 압권이었다. 오예는 지난달 기자들을 만나 “관객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없으면 오페라는 박물관에만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현실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인간의 광기와 사회적 증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전 세계에 노르마가 많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사회·문화적으로 억압받는 여성이 있죠.”
<노르마>는 예술의전당에서 26~29일 공연한다. 26·28일은 여지원(노르마)·테레사 이에르볼리노(아달지사)·마시모 조르다노(폴리오네)·박종민(오로베소)이, 27·29일은 데시레 랑카토레(노르마)·김정미(아달지사)·이라클리 카히제(폴리오네)·송일도(오로베소)가 출연한다. 공연 시간은 휴식 20분을 포함해 175분이다. R석 33만원, S석 23만원, A석 15만원, B석 10만원, C석 7만원, D석 3만원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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