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럼피스킨병 처음 들어봐”···잇따른 확진에 농가·방역당국 초긴장
축산농가들 ‘소비 위축될까’ 근심
각 지자체, 유입 막느라 방역 안간힘
“40년 넘게 소를 키웠는데 ‘럼피스킨병’은 처음 들어봤어요.”
충남 서산에서 40여년간 한우를 사육 중이라는 70대 A씨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산 부석면에서는 지난 20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처음 발생했다. 국내 첫 사례다.
A씨는 “(럼피스킨) 확산을 막기 위해 농가들끼리 왕래를 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 주에 예정돼있던 ‘한우축제’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솟값은 떨어지고 사룟값은 폭등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한우 소비도 위축될까 걱정”이라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때문에 농가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럼피스킨병의 국내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 사육 농가들과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2일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현재 충남 서산과 당진·태안, 경기 평택·김포 등 소 사육농가 10곳에서 럼피스킨병이 발생했다. 확진 농가는 서산 5곳, 당진과 태안 각각 1곳, 평택 2곳과 김포 1곳 등이다. 이곳에서 사육 중인 소 651마리는 모두 살처분된다.
소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은 모기와 진드기 흡혈 곤충에 의해 감염된다. 이 병에 걸린 소는 고열과 식욕부진, 우유 생산량 감소, 유산 및 불임 등의 증상으로 농장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알려졌다.
럼피스킨병이 확산 추세를 보이자 방역 당국은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방역에 나서고 있다.
확진 농가가 집중돼있는 충남도와 서산시는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남도는 발생지역과 인접한 지역 7개 시·군(보령·아산·당진·홍성·예산·태안·서산)을 대상으로 긴급 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다. 이들 지역은 오는 25일까지 백진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충남지역 가축시장 10곳도 폐쇄됐다.
서산시는 럼피스킨병 확산을 막기 위해 6곳에 거점 및 통제초소를 설치했다. 소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모기 등 흡혈 곤충 박멸에도 나선다. 오는 27~28일 개최 예정이던 ‘서산한우페스티벌’도 취소됐다.
경기도 역시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26일까지 평택시 청북면 인근 10㎞에 있는 502개 축산농가 소 3만8980마리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을 진행한다.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평택과 김포 인근 10km 내에 있는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이동 제한 조치를 하고 임상검사와 정밀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 병의 매개체인 모기 박멸을 위해 소독 차량 등 가용 소독장비를 총동원해 농장과 주변 도로 소독을 계속할 방침이다.
인근 지자체들도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과 거점소독소 운영 등 긴급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전북도는 럼피스킨병 도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상황실을 설치하는 한편 가축시장 폐쇄와 축산행사와 모임도 금지했다. 군산과 김제·고창·부안 한우농가에서는 진드기와 모기 등 흡혈 곤충에 물리지 않도록 연무소독과 함께 물웅덩이를 없애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내 26개 거점 소독시설을 24시간 운영하고 소 관련 축산차량은 반드시 소독과 함께 소독 필증을 휴대해야 한다”며 “사육하는 소가 고열이나 식욕부진, 피부 결절 등 의심 증상을 보이면 즉시 인근 읍·면이나 시·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는 이날 영양 젖소개량사업소에 있는 한우 155마리, 젖소 188마리 등 343마리에 대해 긴급 백신 접종에 나섰다. 지난 20일부터는 방역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거점소독시설도 24곳 운영 중이다. 경북지역 가축시장 14곳도 23일부터 폐쇄할 계획이다.
중수본은 럼피스킨병 확산을 막기 위해 “소 전신에 울퉁불퉁한 혹덩어리가 보이면 즉시 신고해달라”며 곤충 활동기 매일 전두수 관찰, 농장 주변 물웅덩이 제거, 주기적 분변 처리, 포충기 사용 곤충 방제, 주사기 재사용 금지, 청결한 농장 환경 관리 등을 당부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310221142001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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