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령률 낮고 가입률 저조… 노후소득 보장 ‘빨간불’ [심층기획]

이강진 2023. 10. 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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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사적연금 활성화
은퇴 후 ‘공적연금 보완’ 필요성 큰데
소득대체율 OECD 권고치에 못 미쳐
퇴직연금 수급자 93% ‘일시금’ 선택
‘종잣돈’ 적어 연금 받아도 실익 없어
전문가 “적립금 중도인출 요건 강화
분리과세 한도 상향 등 지원 늘려야”
국민연금이 노후소득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까. 지난달 한국연금학회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분하다’는 응답자는 6.7%(매우 충분하다 0.6%, 충분하다 6.1%)에 불과했다. 29∼69세 국민연금·퇴직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정도가 충분치 않다는 응답은 65.0%(전혀 충분하지 않다 24.2%, 충분하지 않다 40.8%)에 달했다.
 
급속한 고령화 속 안정적 노후소득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초연금 및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까지 포함한 ‘다층연금체계’ 수립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퇴직·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이 공적연금의 한계를 보완해 은퇴 후 적정 생계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퇴직연금 수령률과 개인연금 가입률 등으로 ‘사적연금의 공적연금 보완’이라는 목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적연금 개혁기를 맞아 보다 실효성 있는 다층연금체계 수립을 위해 사적연금 활성화 관련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 한국사무소가 연금 소득대체율을 국가별로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을 약 47%로 추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8.0%) 대비 11%포인트 낮으며, OECD 권고안(65∼75%)보다는 20%포인트 안팎 낮은 수준이다. 소득대체율이란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 시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현재가치 환산)을 뜻한다.

세부적으로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26%로, OECD 권고(25∼30%) 수준에 대체로 부합했다. 반면 사적연금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각각 12%, 9%로 권고치(퇴직연금 20∼30%, 개인연금 10∼15%)를 밑돌았다. OECD 권고치와 비교했을 때 공적연금보다 사적연금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셈이다.
◆90% 이상이 ‘일시금’ 택한 퇴직연금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대표적인 문제로는 낮은 연금 선택률과 자산운용 수익률이 꼽힌다.

지난해 중 퇴직연금 수급(55세 이상)을 시작한 계좌(45만7468좌) 가운데 92.9%(42만4902좌)가 연금이 아닌 일시금 수령을 선택했다. 연금으로 수령한 비율은 7.1%(3만2566좌)에 그쳤다.

일시금 선택의 경우 계좌당 평균 수령액은 2459만원으로, 연금 수령 계좌 평균 수령액(1억5550만원)의 15.8% 수준이었다. 정부는 수급 개시 시점의 적립금 규모가 연금으로 수령할 실익이 없을 만큼 작은 탓에 일시금 선택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퇴직연금을) 연금화하려면 시드머니가 충분해야 하는데, 중도인출로 인해 금액이 많지 않다 보니 연금화를 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찾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중도인출을 막기 위한 요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도 “퇴직연금 제도가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인데, 노후가 되기 전에 다 인출해 버리면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어떻게든 적립금이 이탈되지 않고 연금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의 연간 수익률(총비용 차감)은 0.02%로, 2021년(2.00%)과 비교해 1.98%포인트 하락했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14.20%로 악화한 영향이다. 최근 5년 및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51%, 1.93%였다.

김 교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국민연금이 훨씬 나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본부에서 알아서 (기금을) 운용하는 것과 달리 (퇴직연금은) 개인이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기금형 등의 형태를 통해 전문가에게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연금 활성화 위한 세제 지원 필요”

의무가입이 아닌 개인연금의 경우 세제 혜택에 따라 가입 여부 및 연금 자산 축적 수준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국내 연금세제의 특성 및 자산적립 촉진을 위한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공적연금에 의한 소득대체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적연금이 역할을 확대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의 부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연금납입에 대한 세제 혜택 한도를 주기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연금 계좌의 연금 수령 시 분리과세 한도를 2400만원까지 확대하고, 이후에도 물가 인상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며 “축적된 은퇴 자산이 노후에 장기간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장기 연금 수령, 특히 종신연금 수령에 대한 과감한 조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세제 지원을 강화할 경우 연금 자산을 모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에게만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문제는 우려점으로 꼽힌다. 이를 보완할 방안으로는 저소득층의 사적연금 납입액에 대한 보조금 지급, 세액공제율 상향 등이 거론된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의 연금납부에 대해 환급형 세액공제방식이나 매칭 방식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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