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오는 30일 열려···“화물사업 매각할까”
EU “통합항공사 화물·승객 독과점” 반대 때문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 매각상황 재연 우려도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30일 화물사업 매각안을 놓고 개최하는 이사회 논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을 거부한 가장 큰 이유가 화물사업 서비스 시장 경쟁 제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할 경우 대한항공의 품으로 한발짝 다가서지만 반대할 경우 과거 대우조선해양 합병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U가 독과점을 이유로 지난해 한국조선해양(현 HD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최종 반대했던 때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으로 새출발한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후 산업은행 관리를 받으며 새 주인을 찾다가 2019년 3월 한국조선해양과의 합병이 결정됐다. 당시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하며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의 기업결합 심사 완료를 인수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두 조선사의 합병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며 순항했지만 끝내 EU의 벽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기업결합 심사를 3번이나 미뤘던 EU는 지난해 1월 최종적으로 불허 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2년 2개월만에 합병이 무산됐다.
EU는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에 따른 시장경쟁 저해를 이유로 꼽았다. 또 심사 기간 한국조선해양에 LNG 운반선 사업부 일부 매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이 그때와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산업은행의 통합 추진 발표로 본격화한 두 항공사의 합병은 주요 14개국 중 11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으면서 9부 능선을 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EU가 합병에 따른 화물 경쟁 제한 가능성 우려로 기업결합 승인을 거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대한항공은 EU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과 유럽 일부 노선 슬롯 반납 등이 담긴 최종 시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각에서는 EU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처럼 ‘제3자 매각’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선 아시아나항공이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대한항공과의 통합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선뜻 인수하겠다는 기업도 마땅히 없어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원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 비율은 1741%에 달한다. 현금 유동성도 바닥이 났다. 합병이 불발될 경우 대출 연장이 불투명해 아시아나항공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한항공 인수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외국이 아닌 국내 저가항공사에 화물사업을 매각한다는 조건이라면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악화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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