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쌀 통계도 추수만큼 정성...벼 베고 타작까지

이창훈 2023. 10. 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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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농사는 기계가 다 짓는다고 하지만 추수철이 되면 꿋꿋이 낫을 들고 벼를 베는 사람들이 있다.

각 지역의 통계청 직원들이다.

농부 개인이 통계청에 표본 구역을 제공해주고, 통계청 역시 수확한 벼 만큼의 가격을 돌려주고 있다.

최 과장은 "통계청에서도 당연히 벼 값을 돌려드리지만, 제공 여부는 온전히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며 "각 지역 농촌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통계청의 일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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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량 조사 현장 방문
전국 2만여개 필지에서 표본 수확
탈곡·제현까지...실제 쌀 만들어 데이터 작성

18일 이형일 통계청장이 경북 상주의 논에서 직원과 표본 벼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상주(경상북도)=이창훈 기자] 요새 농사는 기계가 다 짓는다고 하지만 추수철이 되면 꿋꿋이 낫을 들고 벼를 베는 사람들이 있다. 각 지역의 통계청 직원들이다. 매년 700명에 달하는 통계청 생산팀 전원이 이 때 만큼은 과거의 농부 못지 않은 솜씨를 발휘해야 한다. 전국 한 해 농사를 가늠하는 '쌀 생산량 조사'에는 추수 못지 않은 정성이 들어간다.

지난 18일 경북 상주 함창읍의 논에서도 통계청 직원들의 때 이른 수확이 한창이었다. 11월 발표하는 '쌀 생산량 조사'를 위해 10월부터 전국 3300개 필지에서 표본곡을 채취한다. 70만ha에 달하는 우리나라 논에서 나오는 쌀의 총량을 가늠하는 첫 단계다. 최종 통계가 한 해의 쌀 수급 정책에 반영되는 만큼 허투루 작성될 수는 없다. 쌀 생산량 조사 결과는 정부의 쌀 매수 여부와 종자 보급, 전략작물 직불제 등 다양한 정책의 기본 통계로 사용된다.

통계조사원들은 각 필지에서 약 1평(3.3㎡)을 골라 직접 벼를 베어낸다. 한 필지 당 표본 포구 2 곳을 정해 통계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이 날도 한 포구는 이형일 통계청장이 직접 수확을 완료했다. 나머지 한 포구는 현장에 동행한 기자단의 몫이었다. 두 평 어치의 벼를 다 수확하는 것으로 끝나는 작업은 아니다. 걷어온 벼를 실제 쌀로 변모하는 작업까지 마쳐야 한다.

18일 이형일 통계청장(오른쪽 첫번째)이 경북 상주 지방통계청에서 탈곡 과정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이날 수확에 동행한 유환재 동북지청 농업생산팀장은 "탈곡기에 손가락을 다칠 위험이 있어 꼭 장갑을 벗고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계청 직원들이 경험을 통해 얻어낸 안전 지침이다. 수거한 낟알은 다시 풍구에 넣어 섞여 들어간 쭉정이와 덜익은 알맹이를 분류해낸다. 분류가 끝난 '쌀알'은 다시 이틀간의 건조 과정을 거친다. 건조가 끝난 쌀알을 제현기에 넣어 현미 상태까지 만들면 비로소 기나긴 수확 작업이 마무리된다. 통계 작성 시간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걷어온 볏짚의 무게, 쌀알의 무게를 비롯해 수분율과 도정작업을 마친 이후의 쌀알 무게까지 꼼꼼하게 기록한다. 최재혁 통계청 농어업통계과장은 "최근에는 시스템 개발을 통해 태블릿을 통해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보고가 올라가는 방식으로 자동화했다"며 "계속해서 과학적인 통계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를 집계하는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각 지역 현장에서의 소통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농부 개인이 통계청에 표본 구역을 제공해주고, 통계청 역시 수확한 벼 만큼의 가격을 돌려주고 있다. 최 과장은 "통계청에서도 당연히 벼 값을 돌려드리지만, 제공 여부는 온전히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며 "각 지역 농촌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통계청의 일이다"고 설명했다.

10월 동안 진행되는 '쌀 생산량 조사'는 현재 동북지청에서 약 85% 가량 완료된 상태다. 통계가 모두 집계되면 통계청은 11월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 3300개의 필지에서 수확부터 집계까지 동일한 노고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청장은 “통계청 직원들이 데이터를 하나하나 만들기 위해 어떻게 실측하는지 볼 수 있었다”며 “통계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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