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MB ‘자원외교 1호’ 쿠르드 유전 개발, 청산 절차도 ‘삐걱’
‘2022억 반환’ 쿠르드 측 약속 안 지켜
2030년까지 받아야 할 ‘1조’ 떼일 위기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1호’로 꼽힌 이라크 북부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이 사업성 부재로 청산 절차를 밟는 가운데 광구 탐사비는 물론 현지에 투입했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비 회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4년 전 맺은 청산 계약대로 SOC 투자비 반환을 이행하지 않자 계약 조건을 수정했지만 올해 받기로 한 1억4950만달러(약 2022억원) 중 단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2030년까지 쿠르드 측에서 단계적으로 받기로 약속한 1조원이 넘는 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22일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공사에서 제출받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지원 계약(CBSA) 계약에 따른 연도별 투자비 회수 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19년 10월 쿠르드 측으로부터 2030년까지 11억2500만달러(약 1조5221억원)를 받기로 했다.
석유공사는 2008년 11월 쿠르드 측과 유전 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연계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5개 광구에 대한 탐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현지 발전소·변전소 건설비 등을 먼저 지급했는데 사업이 실패하면서 SOC 투자비 일부를 반환 받는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당초 4년 전 양측이 약속한 회수 계획대로라면 석유공사는 2019~2029년 매년 1억달러(약 1353억원)씩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2019~2022년 4억달러(약 5412억원)를 회수해야 했지만 같은 기간 들어온 돈은 1억2100만달러(약 1637억원)에 불과했다. 아직 더 받아야 할 돈이 10억400만달러(약 1조3584억원)에 달한다.
그러자 석유공사는 올해 2월 계약 내용을 수정했다. 2023년 1억4950만달러(약 2022억원)를 시작으로 2024~2026년 매년 1억4200만달러(약 1921억원)씩, 2027~2029년 매년 1억달러(약 1353억원)씩, 2030년 1억2850만달러(약 1738억원)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계약 변경 첫해부터 쿠르드 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차질이 생긴 것이다.
쿠르드 유전 개발은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직전인 2008년 2월14일 첫 단추를 뀄다. 당선자 신분으로 이 전 대통령은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방한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를 만났다. 그 직후 석유공사가 쿠르드 측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대다수 언론은 “10억배럴 이상 원유 확보!”라며 당선자의 공에 찬사를 보냈고 이는 ‘이명박표 자원외교 1호’로 치장됐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탐사 시추 대상은 바지안, 상가사우스, 쿠쉬타파, 상가노스, 하울러 등 광구 5곳에 순수 투자비만 7억200만달러(약 9498억원)가 들어갔지만 회수 금액은 3100만달러(약 419억원)로 투자비의 약 5%에 불과했다. 성공 시 자주 개발 원유 매장량을 늘릴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갖고 시작했지만 2019년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모두 종료됐다.
앞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도 SOC 건설 연계사업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2년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에 참여한 대부분 외국 기업들은 원유 탐사에 성공한 경우에만 수익 원유의 일정 비율을 SOC 건설비로 쿠르드에 지급하기로 계약한 반면 석유공사는 탐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SOC를 추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쿠르드 유전 개발에 순수하게 투입된 투자비 1조원뿐 아니라 SOC 건설 연계사업 명목으로 투자된 또다른 1조원 넘는 돈마저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국민 혈세가 공중분해되지 않도록 정부는 철저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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