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이재용, 선친의 日 친구들 승지원 초대…"미래에도 긴밀 협력"
"삼성과 일본 업계, 더 큰 번영 위해 신뢰 이어가야"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내 삼성 협력사들의 모임,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을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했다.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LJF 정례교류회를 주재한 이 회장은 삼성과 일본 협력사들의 신뢰·협력 관계를 더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주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영빈관에서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LJF 정례 교류회를 주재했다.
◇17년 만에 승지원서 LJF 모임 "선대회장 유지 계승·발전"
올해 발족 30주년을 맞은 LJF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와 일본 내의 반도체·휴대폰·TV·가전 등 전자업계 부품·소재 기업들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이번에 열린 모임은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LJF 정례 교류회로, 한국에서 대면 교류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이 회장은 와병 중이던 이 선대회장을 대신해 교류회를 주재했다.
승지원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했으며, 이 선대회장은 창업회장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승지원(承志園)'으로 지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인사들과의 미팅에 승지원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2년 7월 일본 최대 재계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임원들을 승지원에서 만났으며, 2019년에는 한국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승지원으로 초청했다.
LJF는 2006년 승지원에서 열린 정례 교류회를 계기로 삼성과 회원사 대표이사 중심의 교류회로 격상했다. 승지원에서 LJF 교류회가 열린 것은 17년 만이며, 이 회장이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일본 부품∙소재 기업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LJF 교류회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MX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관계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LJF에서는 TDK, 무라타 제작소, 알프스알파인 등 전자 부품·소재 분야 8개 협력회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 초일류 성장에 日과 협력이 큰 힘"
이번 교류회에서 이 회장과 LJF 회원사 경영진은 지난 30년간의 협력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교류회에 앞서 삼성과 LJF 회원사 경영진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나 삼성 주요 관계사의 미래 사업 전략을 공유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교류회 환영사에서 "삼성이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일본 부품∙소재 업계와의 협력이 큰 힘이 됐다"면서 "LJF 회원사 등 일본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이 미래에도 필수"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 19, 미국-중국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기업을 위협하는 국제 경제·안보 현안이 연이어 발발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며 "삼성과 일본 업계가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더 큰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천리길을 함께 가는 소중한 벗' 같은 신뢰·협력 관계를 앞으로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LJF 정례 교류회는 양국 관계 부침에도 코로나 19 사태로 휴회한 2020년을 제외하고 지난 30년간 매년 열렸다. 특히 이 회장은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자 LJF를 포함한 일본 재계 네트워크를 즉각 가동해 삼성과 한국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무역 분쟁 조기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주력했다.
이 회장은 무역 분쟁이 시작하자마자 일본으로 출국해 LJF 회원사 경영진 등 현지 재계 인사들과 만났고, 2019년 10월 당시 와병 중이던 故 이 선대회장 대신 LJF 정례 교류회를 한국에서 주재했다.
이 회장은 이듬해 9월에는 경색된 한일 관계에 코로나 19까지 겹텨 한일 양국의 기업인 왕래가 제한되자 일본 측에 무비자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건의했고, 한일 정부는 그해 10월 '기업인 특별입국절차' 시행에 합의해 기업인 왕래를 7개월 만에 재개했다.
◇축적된 JY 日 네트워크…위기 때 빛나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한일 양국의 경제 협력 복원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 최대 재계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과 히가시와라 도시아키 부회장(히타치그룹 회장)을 만나 양국 재계의 협력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올해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내 5대 그룹 회장이 참석하며 화합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매년 봄 일본의 주요 고객사를 방문해 신춘 인사회를 가지고, LJF 회원사들과 지속 교류하는 등 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이어진 일본 재계와의 네트워크를 더 굳건히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일본 내 인적 네트워크에 힘 입어 NTT도코모, KDDI 등 현지 1, 2위 통신사업자에게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있고,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던 2019년 9월에도 일본 재계는 '2019 일본 럭비 월드컵'에 이 회장을 초청했다. 당시 럭비 월드컵에 초청됐던 한국 기업인은 이 회장이 유일했다. 오랜 신뢰에 기반한 '비즈니스 협력' 관계 덕에 반도체와 관련된 일본산 소재는 무역분쟁 기간에도 삼성전자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로 공급됐다.
이 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본 일본 기업에 무리한 납기를 요구하지 않도록 일본 법인에 지시하는 등 일본 기업과 신뢰 구축에 주력했다. 당시 이 회장은 일본의 주요 파트너들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을 보고 매우 놀랐고 안타깝다. 종업원과 가족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혹시 피해가 있을 경우 빠른 복구와 생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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