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할줄 알았던 실리콘렌즈, 이젠 자동차 조명으로 쓰죠"
500만원으로 창업해 연매출 492억원 기업으로…"내년 美 진출 타진"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신문 배달부터 짜장면 배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대학생 때는 건축박람회를 다니며 조명기구를 떼어다가 팔았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걸 해야겠다.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일, 실리콘으로 렌즈를 만드는 일을 해냈습니다."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IL사이언스) 대표는 이달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이노비즈 PR-day 행사에서 세계 최초의 실리콘 렌즈 개발 기술로 만든 자동차용 렌즈를 들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세계 최초 LED 조명용 실리콘렌즈를 개발해 국가대표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 이노비즈기업이다.
2008년 송 대표가 대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 자본금 500만원을 빌려 창업한 것이 모태가 됐다. 설립 13년 만에 자본금은 33억6000만원,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492억원, 임직원 수는 54명으로 늘었다.
아이엘사이언스는 2015년 세계 최초·유일의 LED 조명용 실리콘 렌즈를 개발해 관련 특허를 취득했으며 이듬해 신기술 실용화 촉진대회에서 산업통신자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9년에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2023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4월에는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선정됐다.
주요 생산품은 실리콘렌즈를 탑재한 고효율 LED 조명과 자동차 램프다. 특허 받은 독보적 원천기술인 디스펜싱 공법으로 실리콘렌즈를 제작한다. 글로벌 광학시장 규모는 약 24조원이다.
이들은 플라스틱과 아크릴보다 높고 유리와 동일한 수준의 투과력(99%)을 가진 실리콘렌즈를 만들어 내 일반 조명, 차량용 램프, 디스플레이, 의료기기, IT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송 대표는 "남들과 같은 기술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13년을 노력해 왔다"며 "예전에 한 석학으로부터 '실리콘으로 렌즈를 만들어 낸다면 세계 광학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주사기로 렌즈를 직접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에 따르면 실리콘렌즈는 플라스틱 등 타 소재 렌즈 대비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통상 렌즈는 PC(폴리카보네이트), PMMA(폴리메타크릴산메틸), 유리 등으로 만드는데 플라스틱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리에 비해 빛 투과율이 낮고 열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유리는 빛투과율은 높지만 무겁고 제조단가가 높다.
이에 반해 실리콘렌즈는 유리와 동일한 수준의 높은 빛투과율을 가진 동시에 높은 내열성을 자랑한다. 플라스틱과 유리와 달리 금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제작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실리콘렌즈 개발비용은 1000만원 가량으로 기존 광학렌즈(1억원) 대비 90% 저렴하다. 개발기간도 2주로 68% 줄일 수 있다. 제조원가는 51% 절감할 수 있다.
적용 가능 분야도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디스플레이 △방산장비 △자동차 등으로 다양하다.
송 대표는 "실리콘렌즈는 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적용이 가능하다. 제작 시 금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구객이 원하는 모양으로 다양한 형태로 렌즈를 만들 수 있는 다품종 생산에 특히 적합하다"며 "보통은 금형을 만드는 데만 6주가 걸리는데, 자사 실리콘렌즈는 설계부터 양산까지 2주면 끝난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을 앞세워 49조원 규모의 글로벌 차량 조명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실리콘렌즈는 특히 기능적, 디자인적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첨단 미래형 자동차램프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헤드램프, 시그널램프, 라이디에팅그릴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올해는 창업 13년 만에 국내 대기업 자동차회사에 실리콘렌즈를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아이엘사이언스에서 만든 실리콘렌즈가 적용된 차량 모델은 12월쯤 출고될 예정이다.
송 대표는 "자동차들이 전동화가 되면서 완성차 업계에서는 조명으로 익스테리어(외관) 하는 트렌드"라며 "테일램프가 곡선으로 된 차를 많이 봤을 것이다. 이런 (곡선이 많은) 조명(렌즈)를 만들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다. 실리콘렌즈를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에 공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관련 수요와 수주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스마트팩토리 생산 라인 증설을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아이엘사이언스는 천안에 3만3057㎡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완공 시 스마트팩토리 생산가능량(완성차 기준 연간 4만8000대)은 3배 가까이 늘어날 예정이다.
생산가능량 증대를 바탕으로 내년 미국과 멕시코 진출도 노려본다. 장기적 목표는 전 세계 각국에 자사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미국과 멕시코 등으로의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건설 중인 스마트팩토리를 향후 미국과 멕시코에 이식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내년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모빌리티 관련 분야 확장을 위해 관련 회사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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