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높이…전망대라고? LS의 미래입니다” [그 회사 어때?]
이탈리아·프랑스 해저케이블 선두업체 비견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동해)=김은희 기자] “해저케이블의 핵심은 지름 30㎝ 정도의 케이블을 한 번에 수십㎞까지 길고 균일하게 끊김 없이 생산하는 겁니다. 172m 높이의 타워에서 케이블을 중력 방향으로 내려뜨려 고르게 뽑아내고 있죠.”
지난 19일 찾은 강원 동해시 송정동 LS전선 동해사업장. 외관은 여느 제조업 공장과 다를 게 없었지만 우뚝 솟은 생산타워와 곳곳에 놓인 초대형 턴테이블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해저케이블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하게 했다. 특히 올해 5월 완공한 아파트 63층 높이의 VCV(수직연속압출시스템) 타워를 올려다보니 돌돌 감겨 있을 땐 쉬이 상상할 수 없던 케이블의 길이감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해저케이블은 말 그대로 바다 밑에 매설하는 케이블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많게는 수천㎞ 떨어진 두 지점을 연결하는 만큼 길어야 하고 한 번 묻으면 손보기 어려운 만큼 튼튼해야 한다. LS전선이 이곳 동해사업장에 아시아 최고 높이의 VCV 타워를 짓게 된 것도 고품질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였다.
동해사업장은 VCV 타워를 포함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전용 4공장까지 총 4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해저케이블은 제품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길이가 수십㎞에서 길게는 수백㎞에 달해 갱웨이(Gangway·통로)를 통해 여러 공장을 오가며 만들어진다.
1공장에 들어서니 해저케이블 생산설비가 한 줄로 길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공정은 새끼손톱 두께의 구리선 여러 가닥을 꽈배기처럼 꼬아 도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된다. 전기가 누설되지 않도록 도체 표면에 가교폴리에틸렌(XLPE)을 덮어씌우고 절연체 보호를 위해 금속을, 그 금속의 부식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을 입히는 시스 공정까지 마치면 케이블은 얼추 완성된다.
직류(DC)용이라면 한 가닥을, 교류(AC)용이라면 세 가닥을 묶어 케이블 보호를 위한 외장 작업을 하면 끝이다. 어두운 바다에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란 테이프가 둘둘 감겨 있는 모습은 현장 관계자의 말마따나 꽤 예뻤다.
김진석 LS전선 설비효율화팀장은 “한 번 생산을 시작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간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을 유지하며 같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초기에는 실수도 잦았지만 시행착오 끝에 대부분 설비를 국산화했고 이제는 자체 기술로 고품질의 해저케이블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VCV 타워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VCV 타워는 절연 공정을 수행하는데 케이블 원재료를 수직으로 내리면서 성형하기 때문에 수평으로 압축할 때 아래로 처지는 현상을 방지해 완성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HVDC 전용 설비로 초장거리 국가 간 전력망 연계와 해상풍력 발전설비 장거리화에 따라 늘어나는 HVDC 수요도 흡수할 전망이다.
공장 곳곳에 놓인 45개의 크고 작은 턴테이블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을 증명하는 듯했다. 특히 1만t을 적재할 수 있는 지름 45m의 턴테이블의 자태는 압도적이었다. 1만t급 턴테이블은 154㎸급을 기준으로 100㎞의 케이블을 감을 수 있는데 LS전선이 그만큼 긴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장 외부에는 완제품을 보관하는 턴테이블이 줄지어 있었는데 하나 빼고는 모두 비어있었다. 그만큼 생산하는 족족 판매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해저케이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생산설비를 100% 가동하고 있음에도 완제품 보관 텀은 짧다고 김 팀장은 귀띔했다.
동해사업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동해항에서는 총 700t의 해저케이블을 포설선 GL2030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선박 위에는 지름 22m, 높이 11m의 턴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로 m당 무게가 94㎏에 달하는 케이블이 말아 올려지고 있었다. 포설선은 적재를 마치는 대로 전남 신안군 비금도 태양광발전단지로 이동해 비금도와 안좌도 사이 약 7㎞ 구간에 케이블을 포설·매설할 예정이다.
2008년 해저케이블 사업에 뛰어든 LS전선은 불과 15년 만에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등 선두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실제 장거리 송전용 해저케이블 역량을 갖춘 기업은 전 세계 6곳에 불과하고 LS전선을 포함한 4개 업체가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다.
생산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공급 역량을 갖춘 업체도 손에 꼽히는데 LS전선은 올해 8월 해저케이블 전문 시공업체인 LS마린솔루션을 인수하면서 ‘제조-시공’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LS전선이 케이블을 생산하고 LS마린솔루션이 전선 포·매설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러한 성장은 LS전선이 일찌감치 해저사업 성장성에 주목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온 결과다. LS전선은 동해시에서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 이후 지금까지 약 7000억원을 투입해 사업 역량을 강화해 왔다. 해저4동 가동을 시작한 지 세 달여 만인 지난 8월에는 해저5동 증설 계획도 발표했다. 급증하는 수주잔고에 대응하기 위해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수조잔고는 현재 4조원 수준이다. 1조원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독점 수주했던 대만에서 3조원 규모의 2차 사업이 입찰을 앞두고 있어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데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역량을 넓혀가고 있어 수주잔고는 앞으로도 우상향할 것으로 LS전선은 기대하고 있다.
해저케이블 매출액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4400억원 규모의 매출액을 예상했는데 내년 6000억원을 거쳐 2027년부터는 조단위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LS전선은 자회사인 LS전선아시아, LS마린솔루션과 ‘삼각편대’를 구성해 글로벌 해저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LS마린솔루션과는 제조-시공 밸류체인을 한층 공고히 하고 LS전선아시아를 활용해선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 해저시장을 선점한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했다.
특히 LS전선아시아가 해저케이블 생산 역량까지 갖추면 최근 대만에 해외 거점을 구축한 LS마린솔루션과 함께 설계, 자재 납품, 시공까지 모두 따내는 턴키 수주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아시아는 최근 페트로베트남과 해저케이블 사업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 PTSC와 손잡고 베트남 내 해저 케이블 생산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LS전선은 미국과 유럽 내 해저케이블 공장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선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늘면서 대규모 HDVC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시장 규모는 향후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LS전선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확대되면서 해저케이블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인데 비해 공급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운용 실적으로 증명된 신뢰성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 설비, 현지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를 바탕으로 글로벌 해저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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