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죽자 춤추는 딸… 오페라 지평 넓힌 대구오페라축제의 '엘렉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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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분 분량의 단막 오페라를 관통하는 주제는 단 하나다.
지난 20~2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1909년 초연 오페라 '엘렉트라'가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오페라는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온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부인 클뤼템네스트라와 그의 정부 에기스트에게 살해된 후 딸 엘렉트라가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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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오페라축제·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발레극장 합작
표현력 풍부한 성악진·입체감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
"아가멤논!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저를 이리 혼자 내버려 두지 마세요! 당신의 날이 올 겁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처럼, 수백 명의 몸에서 솟아 나온 피가 당신 무덤에 흩뿌려질 날이 올 겁니다!"(엘렉트라의 아리아 '혼자야, 오, 이제 나 혼자야'에서)
110분 분량의 단막 오페라를 관통하는 주제는 단 하나다.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연인을 죽이겠다는 딸의 복수를 향한 갈망과 실행. 이 때문에 무대는 시종 어둡고 복수의 당위성과 구체적 계획을 논하는 비장한 고음의 노래로 가득하다.
지난 20~21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1909년 초연 오페라 '엘렉트라'가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참가작이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발레극장의 지난해 초연 버전에 국내 오케스트라와 일부 국내 성악가가 함께한 대구오페라하우스·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발레극장의 합작 공연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지난해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의 최신 프로덕션을 초청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17년 만에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며 오페라 레퍼토리 확장을 시도했다. 같은 취지로 올해는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와 '살로메'를 대표작으로 내걸었다.
'엘렉트라'는 그리스 신화의 아가멤논 일가의 비극을 오스트리아 극작가 휴고 폰 호프만슈탈(1874~1929)이 각색하고 슈트라우스가 작곡했다. 패륜적 내용이면서 소프라노에게는 폭넓은 음역과 광기 어린 연기까지 요구하는 가혹한 작품이어서 무대화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오페라는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온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부인 클뤼템네스트라와 그의 정부 에기스트에게 살해된 후 딸 엘렉트라가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엘렉트라는 여동생 크리소테미스트에게 어머니를 죽이는 데 동참하라고 설득하지만 통하지 않고, 추방당했던 남동생 오레스트가 돌아와 복수를 감행한다. 기쁨에 겨운 엘렉트라가 광란의 춤을 추고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불가리아 소피아국립오페라발레극장 극장장인 플라멘 카르탈로프의 연출적 선택은 단출하고 쉬운 무대였다. 반투명한 비닐 막을 씌운 거대한 구조물을 세운 회전 무대로 궁 안팎의 여러 공간을 표현했다. 피로 물든 가문의 비극을 상징하는 듯 붉은 조명이 구조물 안을 비췄고, 결국 존속 살인을 맞게 된 가문의 파국 후엔 구조물의 비닐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성악가들은 성량이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 풍부한 표현력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오케스트라였다. 미국 지휘자 에반-알렉시스 크라이스트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오케스트라인 디오오케스트라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필요로 하는 '엘렉트라'의 최소 버전인 70인조 오케스트라였지만 대편성 연주에 뒤지지 않는 풍성하고 입체감 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슈트라우스의 또 다른 파격적 작품인 '살로메'로 지난 6일 개막했다. 올해 탄생 210주년인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맥베스'(27~28일)와 '오텔로'(11월 3~4일) 두 작품을 남겨 뒀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지난해 바그너, 올해 슈트라우스 작품에 이어 앞으로도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 슈트라우스의 후기작 등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 숨은 명작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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