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직장 내 젠더감수성 73.5점 ‘낙제점’”

김지환 기자 2023. 10. 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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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도중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겨우 복직을 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업무를 주지 않고 업무 전달도 안 하고 내가 퇴사하기를 바란다.” (직장인 A씨)

“선배가 여자 신입사원에게 ‘남자를 잡아 결혼해서 워라밸을 챙길지 성과를 낼지 잘 선택하라’고 했다. 회식 중 외모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직장인 B씨)

“남직원은 결혼만 해도 올해 결혼했다고 승진시켜주고 애를 낳으면 가장이 되었다고 또 승진을 한다. 급여 자체가 여직원은 낮게 책정돼 있다.” (직장인 C씨)

“기간제로 일하고 있었는데 유부남인 40대 팀장이 맛집에 가자고 하는 등 사적인 카톡을 계속 보내고 소개팅을 시켜달라는 요구를 했다. 제가 기간제라 미래가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자신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 (직장인 D씨)

직장 내 ‘젠더 감수성’ 부족으로 인해 직장인들이 성차별과 젠더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젠더 감수성 지수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73.5점(C등급)이 나왔다고 22일 밝혔다.

젠더 감수성 지수는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 20개에 대한 응답을 기초로 산출된다. 점수가 낮을수록 응답자의 직장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젠더 감수성 지수가 가장 낮은 항목은 ‘전체 직원 성비 대비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음’(58.4점)이었다.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움’(60.3점),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채용’(63.8점), ‘성별에 따른 임금·노동조건 차이’(64.3점), ‘성별에 따른 교육·배치·승진 차이’(64.7점)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중소기업 노동자, 일반 사원, 비사무직일수록 직장 내 젠더 감수성 수준을 낮게 평가했다. 직장갑질119는 “일터에서 약자일수록 성차별과 젠더폭력에 더 노출돼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정규직은 20개 지표 중 19개 지표에서 모두 정규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90점 이상이 나와야 정상적인 젠더 감수성을 갖춘 일터다. 평균점수가 73.5점이라는 것은 우리 일터가 기본 상식조차 지켜지지 않는, 성차별·젠더폭력 무법지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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