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무대 ‘지각 데뷔’ 세계적 테너 이용훈 “꿈 같은 일 이뤄져 기뻐”…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 무대에 두 차례 올라

이강은 2023. 10. 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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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급 테너 이용훈(50)은 오는 26∼29일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로 한국 무대에 데뷔를 하게 돼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두 차례(26,28일) 무대에 오르는 이용훈은 "프로(성악가)로 데뷔한 지 20년쯤 됐는데 한국에서 한 번도 오페라 데뷔를 못했다"며 "스케줄이 딱 비는 상황에서 가족을 보려고 한국 방문 일정을 짰는데, 기적처럼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 일정과 맞았다. 주권자(신)의 힘에 의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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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결말 비튼 손진책 연출 “투란도트·칼라프 사랑보다 더 큰 사랑 얘기”

“고국에서의 첫 오페라 무대에 기대가 큽니다.” 

세계 최정상급 테너 이용훈(50)은 오는 26∼29일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로 한국 무대에 데뷔를 하게 돼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두 차례(26,28일) 무대에 오르는 이용훈은 “프로(성악가)로 데뷔한 지 20년쯤 됐는데 한국에서 한 번도 오페라 데뷔를 못했다”며 “스케줄이 딱 비는 상황에서 가족을 보려고 한국 방문 일정을 짰는데, 기적처럼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 일정과 맞았다. 주권자(신)의 힘에 의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26∼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주역을 맡은 가수들이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칼라프 역 이용훈, 류 역 서선영, 투란도트 역 이윤정, 티무르 역 양희준. 세종문화회관 제공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신학과 영문학, 경영학을 공부하다 22살에야 뒤늦게 성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오페라 ‘돈 카를로’로 데뷔한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런던 로열 오페라, 빈 슈타츠오퍼 등 세계 주요 극장이 앞다퉈 찾는 세계적 테너가 됐다. 성악가 중에는 드문 ‘리리코 스핀토 테너(서정적 음색의 리리코 테너와 힘찬 목소리의 스핀토 테너가 모두 가능한 테너)인 데다 연기력도 뛰어나 세계에서 아주 바쁜 오페라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런 위상에다 해외와 다른 한국의 오페라 제작 환경 등이 겹쳐 그동안 고국 무대에 서는 게 쉽지 않았다. 

이용훈은 “해외에선 대개 3~5년 전에 출연 제안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무리 빨라도 1년 전이다. 어떤 때는 ‘다음달에 할 수 있느냐’고 연락오지만 저는 (수 년간) 일정이 다 차 있다”며 “그렇게 미뤄진 시간이 20년이 됐고, 이번엔 운 좋게 모든 상황이 잘 맞았다”고 고국에서의 ‘지각 데뷔’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그의 국내 데뷔 무대는 내년 8월 예술의전당이 기획한 오페라 ‘오텔로’로 잡혔다. 예술의전당은 일찌감치 이용훈을 잡기 위해 그가 한국 무대에 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공연 날짜를 잡았다.

하지만 올해 우연히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와 연이 닿게 되면서 10개월가량 한국 데뷔가 앞당겨졌다. 그는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님 등 많은 분이 협력해줘서 꿈같은 일이 현실화됐다”고 했다.
테너 이용훈.
푸치니(1858∼1924)의 유작으로 1926년 초연된 ‘투란도트’는 얼음같이 차가운 면모로 나라를 통치하는 공주 투란도트와 공주의 사랑을 쟁취하려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다. 푸치니는 칼라프를 대신해 희생하는 시녀 ‘류’의 죽음까지만 작곡한 상태에서 눈을 감았다. 투란도트와 칼라프가 끝내 사랑을 하게 되는 결말은 푸치니의 후배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가 마무리한 것이다.
이용훈은 남자 주인공 칼라프로 출연한다. 그가 지금까지 메트‘와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무대에서만 120회 가까이 섰을 만큼 정통한 배역이다. 이번 공연에선 테너 신상근, 박지응과 칼라프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투란도트 역에는 유럽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드라마틱 소프라노 이윤정과 소프라노 김라희가 맡는다. 칼라프의 시녀 류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박소영, 칼라프의 아버지 ‘티무르’는 베이스 양희준과 최공석이 연기한다. 
손진책 연출.
연극계 거장 손진책(76) 연출의 첫 오페라 연출작이라는 점도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손 연출은 “연극이나 오페라 등 모든 공연의 본질은 소통이기 때문에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오페라는 음악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데 공감했다”며 “음악적인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짝사랑하던 칼라프를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한 시녀 류에게 주목해 원작의 결말을 비틀었다고 했다. 류는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내려는 투란도트의 고문을 견디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물이다. “‘투란도트’를 볼 때마다 결말이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은 공주가 갑자기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원작을 넘어보고 싶었죠.”
왼쪽부터 소프라노 서선영·이윤정, 테너 이용훈,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손진책 연출, 베이스 양희준, 정인혁 지휘자, 이래이 협력연출. 세종문화회관 제공
손 연출은 “'투란도트'는 결국 사랑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작품인데 투란도트와 칼라프 커플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류의 조건 없는 희생적인 사랑을 계기로 온 나라가 압제에서 벗어나 희망으로 나아간다는 점에 환호하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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