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치민다"는 정년연장·고용세습…결국 노조 역대급 성과급으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지만 그 후유증이 크다. 현대자동차·기아 노조는 "절대로 포기 못한다"던 정년 연장과 고용세습 안건을 포기하는 대신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이끌어냈다. 정년 연장의 경우 향후 협상에도 사측 압박카드로 등장할 전망이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가 지난 20일 가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합의안에는 '고용세습' 조항으로 불리는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세습 폐지는 그간 기아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사안이다. 기아는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과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유지해왔다.
사측은 해당 조항을 폐지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따라 이를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노조는 지난 4달간의 협상에서 이를 거부해왔다. 지난 9월 협상에는 사측 제시안을 찢었으며, 이달에는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인내와 인내를 거듭하며 성실 교섭을 하려 했으나 사측이 파국을 선택했다"며 파업을 예고했다.
고용세습 폐지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한 노조가 파업도 보류하며 한 발 물러선 배경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기본급·성과급 인상안이 있다.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무분규 타결 무상주 34주 지급 등이다.
먼저 협상을 마무리한 현대차 노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서 현대차 노사가 타결한 합의안에는 현대차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 온 정년 연장이 빠졌다. 현대차 내 50세 이상 직원은 총 3만2101명으로 전체(7만3431명)의 44%에 달한다. 30세 미만(12%), 30세 이상 50세 미만(43%)에 비해 많다. 임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정년을 앞두면서 정년 연장이 노사 협상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현대차 정년은 만 60세다. 노조는 올해 협상 과정에서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3세에 맞춘 만 64세 정년 연장을 요구해왔다. 사측은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다가 정년퇴직 직원을 단기 계약직 형태로 최대 만 62세까지 재고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즉각 "정년 연장 제시안에 분노가 치민다"고 밝히면서 파업을 경고했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는 최종적으로 정년취업수당 3만원 인상하는 것으로 관련 협상을 마무리했다. 숙련재고용 제도도 현행대로 유지하고, 조합원 요청시 12개월 내지 1개월 단위의 계약이 가능하게 한 것이 전부다. 대신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대비 연봉인상률 12% 수준의 인상안을 받아냈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파업은 물론 정년 연장·고용세습 등의 안건을 수년째 사측 압박용 협상카드로 쓰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노사는 1987년 노조 창립 이래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협상을 타결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도 정년 연장이 노사 협상에서 화두로 떠올랐고,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를 가결했다. 노조는 "교섭 초기부터 이야기했다"며 "파업을 (협상을 위한)목적으로 안쓰지만 파업하면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역대 최고 규모의 임금안을 받아내며 실리를 챙겼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향후에도 정년연장을 압박 카드로 꺼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정년 연장·해고자원직복직 등 사측이 민감하게 여기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상 큰 변화 없는 원안 그대로 남겨둔 상태다. 정년 연장 협의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 정책·사회적 인식변화에 따른 법 개정시 노사 협의 후 시행하는 등 미룬 상태로, 사측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남겨뒀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사측과 협상할 수 있는 안건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성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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