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8만명 "3년째 집에서 놀아요"

최상현 2023. 10. 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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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취업자 실태조사 발표
구직 활동 포기 '니트족' 폭증
3분기 제조업 5만8000명 ↓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이 줄어

제조업과 청년 취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 한파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11분기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고, 취업을 포기한 '니트족' 청년도 8만명에 달했다.

2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조업 취업자는 446만6000명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5만8000명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활동이 위축됐던 지난 2020년 4분기(10만7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회복세를 보이던 제조업 취업자는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감소세다. 올해 1분기에는 제조업 일자리가 3만7000명이 줄었고, 2분기에는 4만9000명 감소했다.

소위 '생산직'으로 꼽히는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 종사자'가 올해 3분기 29만8000명 줄었다. 앞서 지난 2분기에는 39만2000명이 감소하면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 부진 영향과 함께 운수업 종사자 감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중심인 반도체 업황은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 8월 반도체 생산은 13.4% 늘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8.3%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해 7월 이후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9월 반도체 수출 감소율도 -13.6%로 올해 최소폭 감소다.

이 같은 훈풍이 전체 고용시장에 확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 유발 계수는 2.1로 전체 제조업(6.2)의 3분의 1에 그친다. 반도체 산업이 정상궤도에 다시 오른다고 해도, 양질의 일자리는 타 산업 대비 적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관련 업종 정도를 제외하면 절반이 넘는 제조업이 아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72개 광공업 업종 중 전월보다 생산이 줄어든 업종은 45개로, 전체의 62.5%에 달했다. 생산이 증가한 업종은 26개에 불과했다.

다만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3분기와 비교하면 제조업 취업자 수가 높은 수준"이라며 " 제조업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인 자동차, 바이오, 제약 등 부문 등은 취업자수 증가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타임 일자리가 9만명이나 줄었다는 계산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반기 취업자 통계에 전일제 환산을 적용해 풀타임 취업자를 구한 결과다. 1시간이라도 일한 사람은 모두 취업자로 보는 일반적인 고용 통계와 달리, 전일제 환산 방식은 한 주에 40시간 풀타임으로 일한 사람을 취업자 1명으로 계산한다. 주 20시간 일한 사람은 0.5명, 주 60시간 일한 사람은 1.5명으로 산정하는 식이다.

고용 시장의 현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60대 미만 민간 풀타임 취업자'는 올해 상반기 1905만2000명으로, 이는 지난해 동분기(1914만3000명)과 비교하면 약 9만1000명 감소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취업자는 2843만2000명으로 전년(2807만8000명) 대비 35만4000명 늘었으나 풀타임 취업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역시 제조업이 13만4000명 감소로 가장 많이 줄었고, 도매 및 소매업(-8만9000명)과 건설업(-5만3000명)도 다수 줄었다.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실정에 청년 취업포기자는 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최종 학교를 졸업했지만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지난 5월 기준 21만 8000명이었다. 이들 중 주된 활동으로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냈다'는 청년은 8만명으로 36.7%를 차지했다. 청년 장기 미취업자 3명 중 1명이 아무런 취업 활동을 하지 않는 '니트족'이라는 해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 일자리를 늘려 취업자 수를 부풀리는 정책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년들의 취업 소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해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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