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에 땅 준다, 그럼 됐나” 차남과 찍은 동영상 효력 인정 안된 이유
대법 “의사합치 있었다 보기 어려워”
아들 둘, 딸 다섯인 7남매 중 차남인 A씨는 2018년 1월 아버지가 “유언증서. 유언자는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 땅을 장남과 나눠 갖고, 장남은 딸들에게는 2000만원씩 나눠 주라”고 말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아버지는 이듬해 5월 숨졌는데 ‘유언 영상’은 무효가 됐다. 민법에 따르면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 취지, 자신의 성명과 유언을 남긴 날짜를 말해야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증인과 증인의 구술도 필요하다. A씨 아버지의 영상은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버지 재산은 법정 비율에 따라 상속인 간에 배분이 됐다.
그러자 A씨가 이에 불복하며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해당 영상이 유언으로는 무효라도 ‘사인(死因) 증여’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인 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자신의 재산을 주기로 약속하고, 증여자가 사망하면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 계약이다. 다른 계약과 마찬가지로 증여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에 의사가 합치돼야 한다.
1심과 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제출한 영상만으로는 사인 증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영상 촬영 도중 A씨가 ‘상속을 받겠다’ 등의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A씨가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소지한 점, 아버지가 촬영 도중 ‘그럼 됐나’라고 묻기도 한 점 등을 볼 때 두 사람 간 사인 증여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동석해 영상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 합치가 있다고 보고 사인 증여로 인정하는 것은 아버지 의사에 맞지 않고 그 자리에 없던 나머지 형제에게 불리하다”며 “아버지는 ‘그럼 됐나’라고 자문했을 뿐, A씨에게 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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