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호주, 관계 개선 급물살…호주산 보리 이어 와인 관세도 재검토
호주 총리 방중 앞두고 청레이 석방 등 ‘훈풍’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방중을 앞두고 중국과 호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은 호주산 보리에 이어 와인에 대한 관세도 재검토하기로 했고, 호주는 취소를 검토했던 중국 기업과의 항구 임대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 대해 부과한 관세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호주 ABC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중국이 3년 전 호주산 와인에 대해 부과한 고율 관세를 5개월에 걸쳐 재검토하기로 하고, 호주는 그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호주가 2018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하고, 2020년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자 호주산 와인 등에 대해 최대 218.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보복 조치를 가했다. 최근 악화됐던 호주와의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은 앞서 호주산 보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 반덤핑 관세를 폐지했다. 중국 상무부는 2020년 부과한 호주산 보리 관세에 대해 3개월의 재검토 과정을 거쳐 지난 8월 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과거 호주산 와인과 보리의 최대 수입국 역시 중국이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 악화에 따라 중국이 호주산 제품에 잇따라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암묵적으로 수입을 제한하면서 지난 몇 년 간 호주는 대외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양국 관계에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지난해 5월 앨버니지 총리 취임 이후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중국·호주 관계는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주석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화해의 급물살을 탔다. 이후 호주 외교장관과 통상장관 등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양국 무역 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석탄과 목재 등 그동안 수입을 제한했던 호주산 제품에 대한 수입을 순차적으로 재개했다.
최근에는 앨버니지 총리 방중을 앞두고 관계 개선을 위한 양측의 구체적인 조치들이 더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중국에 구금돼 있던 중국계 호주인 청레이가 3년 만에 석방돼 호주로 돌아간 것이 상징적인 조치다. 중국 관영 영어방송 CGTN의 앵커로 활약하던 청레이는 호주와의 관계가 악화된 2020년 8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3년 넘게 중국 당국에 구금돼 있었다.
청레이가 석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주도 중국에 선물을 안겼다. 호주 총리 내각부는 지난 20일 노던준주 정부가 중국 기업과 체결한 다윈항 임대 계약을 전면 재검토한 결과 “계약을 취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노던준주 정부가 2015년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와 맺은 99년의 항구 임대 계약을 재검토 해왔지만 결국 계약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틀 만에 다시 호주산 와인에 대한 관세 재검토 합의가 발표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다음달 4∼7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 및 리창(李强) 총리와 회담을 하고,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호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와인을 포함한 호주산 제품을 중국 시장에 돌려보내기 위해 우리가 이룬 진전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재검토가 양국 무역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이며, 강력한 무역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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