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세토 시즌2 ‘상세오’ 잡겠다는 이 공항…동북아 비즈니스 거점 재도약 [방방콕콕]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10. 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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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문 김포공항 20년간 부침 커
‘국제선→국내선→국제선’ 위상 변화
2011년 한·중·일 ‘비즈 포트’로 안정화
하네다 취항 20주년 맞아 재비상 준비
툭하면 부상하는 정치권 폐지론이 변수
김포국제공항 계류장 <사진=한국공항공사>
다음 달 30일 김포~하네다 노선이 20주년을 맞는다. 의미가 크다.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 전까지 세계 관문 역할을 하다 국내선 중심공항으로 전락한 김포공항을 국제공항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트리거’ 노선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건설로 국제선 날개를 잃은 김포공항은 2003년 11월 30일 김포~하네다 재취항 이후 조금씩 세계 관문을 넓혀갔다.

현재 중국 베이징(서우두공항·2011년, 다싱공항·2023년), 상하이(홍차오공항·2007년), 일본 오사카(간사이공항·2008년), 대만 쑹산(2012년)·가오슝(2023년) 등 7개 노선이 연결돼 있다.

2011년엔 한·중·일 3국 수도를 연결하는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 노선이 완성되면서 동북아 주요 도시와 서울 도심,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비즈 포트(Biz Port)’로 위상이 강화됐다.

국내선 중심 위상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굳건하다.

제주·김해·광주·울산·포항경주·사천·여수공항이 김포공항과 연결돼 있어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려 여행 산업의 최후 보루가 됐고, 한국공항공사의 적자 폭을 줄이는 첨병 역할을 했다.

1차 비상 이끈 ‘베이징~서울~도쿄’ 노선, 2차 비상은 ‘상하이~서울~오사카’ 노선이
한국공항공사는 김포~하네다 20주년을 계기로 김포공항의 2차 비상을 노리고 있다. ‘Biz+’ 전략이다.

한·중·일 3국 수도를 연결하는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 노선이 인천공항 개항 이후의 김포공항 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중국 상하이와 서울, 일본 오사카를 연결하는 ‘상세오’ 노선으로 제2의 비상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상세오’ 노선은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 재비상(Restart) 전략으로 내세운 ‘Biz+’중 ‘+’에 해당한다. 2500만명에 달하는 수도권의 풍부한 배후수요와 1097조원(서울시·인천시·경기도)에 이르는 GRDP(2021), 다른 교통수단과의 높은 연결성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항공여객통행실태조사(2019)를 보면 김포공항 국제선 여객 중 사업목적 방문객 비율은 35.8%로 24.6%인 인천공항 보다 1.5배가 높다. 시간을 돈으로 생각하는 비즈니스 맨들은 인천공항보다 서울 도심 접근이 쉬운 김포공항을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김포공항은 베세토 라인으로 비즈니스 특화 공항이 됐다”면서 “이후 청사진으로 2025년 오사카엑스포에 맞춰 ‘상세오’란 새로운 루트를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의 제2 도시이자 경제도시인 상하이와 오사카를 서울 김포공항과 연결해 제2의 경제루트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공항 안팎에서는 해볼만 한 도전이란 평가가 나온다.

2021년 기준 상하이는 GDP가 6339억3500만 달러로 세계 10위(중국내 1위), 오사카(고베 포함)는 6994억달러로 세계 8위, 서울은 9267억 달러로 세계 6위 규모다. 4년 전 분석이긴 하지만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상세오 노선을 이용하는 여객도 적지 않았다.

한국항공협회(2019)에 따르면 김포~오사카노선의 비즈니스 목적 여객은 32.3%, 김포~상하이노선의 비즈니스 목적 여객은 46.1%로 나타났다. 인천공항보다 각각 14%, 6.7% 포인트가 더 높다.

김포공항 선호 분위기 뿐만 아니라 지난해 2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ECP)이 발효되고,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이 전망되는 등 한·중·일 경제협력이 보다 강화될 수 있는 긍정적 신호도 상세오 노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사진=한국공항공사>
문제는 정치권...지난 대선부터 ‘김포공항’ 흔들기 본격화
문제는 정치권발 외풍이다. 지난 대선부터 국내선 중심공항, 동북아 비즈포트 역할을 해 온 김포공항 흔들기가 노골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인천공항과의 통합론이 제기됐다. 지난 2021년 박용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예비 후보들에게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통합하고, 김포공항 용지에 세계 최초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자고 했다. 당내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에서도 줄곧 김포공항 택지 개발을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 후보 시절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250만호의 주택을 임기 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용지가 만만치 않다는 반론이 나오자 김포공항이 후보지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포공항 폐지론은 대선 이후 사그라 들었지만 선거 때마다 되풀이될 가능성을 있다.

최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남부국제공항’ 신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남부국제공항 사업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 중인 김포공항과 청주공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500만명의 인구를 배후에 둔 수도권에는 이미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국제선 기능을 분담하며 복수 공항 체제가 마련돼 있다. 코로나19 전 두 공항은 연간 1억명의 여객을 처리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기남부국제공항이 건설된다면 인천·김포공항과 서비스 영역이 겹쳐 항공사는 취항 공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세 공항 간 거리도 짧아 공역 조정의 비효율 문제가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충북도 등 6개 지방자치단체가 2019년 경기 화성시 동탄~충북 청주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수도권 내륙 철도 사업을 적극 추진해 경기 남부지역 주민의 청주공항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약속 또한 뒤집어 지게 된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사진=한국공항공사>
전문가 “수도 공항은 그 자체로 국가전략자산...포기하는 나라 없다”
전문가들은 수도 내 공항 폐지를 ‘자살골’이라고 말한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공항은 한번 없어지면 절대 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대규모 도심 내 공항을 함부로 없애지 않는다”면서 “수도 내 공항을 없애는 것은 국가 전략적 자산을 없애는 자살골과 같다”고 했다.

실제 세계 주요 수도는 도심 내 2개 이상의 공항을 하나로 정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2공항에 힘을 실어주는 지원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하네다공항이 대표적이다. 김포공항과 같이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운영되던 하네다공항은 방일 외국인을 늘리고 수도권 공항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선을 모두 열어 나리타공항과 사실상 경쟁하도록 했다. 9월 현재 50개 국제노선이 운항되고 있다.

영국 런던은 히드로공항외에 런던시티공항 등 4개 공항이 국내선·단거리 국제선·LCC(저비용항공사) 여객을 담당한다. 파리 오를리공항, 로마 참피노공항, 뉴욕 뉴어크공항·라구아디아공항도 같은 도심 내 제1공항의 보완재로서 단거리 국제선·LCC·비즈니스 여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자국의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2공항을 적극 활용해 국제선 수요를 20~30% 이상 분담하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 세계공항교통보고서(2019)에 따르면 일본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분담률은 33.8%, 제1공항인 나리타공항은 66.2%다.

미국 뉴욕은 제1공항인 존F케네디공항이 67.5%를 담당하고 나머지를 뉴어크공항(28.2%),라구아디아공항(4.3%)이 분담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샤를드골공항이 76.1%, 오를리공항이 23.9%, 영국 런던은 히드로공항이 45.7%, 게트웍공항이 25.9%, 스텐스테드공항이 16%를 담당한다. 이탈리아 로마는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이 85.1%, 참피노공항이 14.9%를 분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제선 수요의 94.3%를 인천공항이 맡고, 김포공항은 5.7%를 처리하는데 그치고 있다. 정부가 김포공항 국제선 제한 거리를 2000㎞ 이내로 정한데다,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에 영향을 최소화한 범위 내에서 운수권 확보가 가능하도록 묶어 두기 때문이다.

윤문길 교수는 “김포공항은 서울 도심에 있어 태생적으로 소음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정말 중요한 국가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활용·운영해야 한다”면서 “특히 환승없는 중단·거리 직항 노선을 많이 유치하면 국민 편익은 물론 국내 기업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2027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관광수입 300억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면서 “김포공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 총량 범위를 정해 놓고, 그 범위 내에서 국내선과 국제선을 융통성있게 활용하면 김포공항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인천공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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