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궂은 날씨에도 생산설비·선적 분주… 해저케이블 수요 맞추기엔 벅차
15년새 연면적 27만㎡으로 성장
설비투자 美까지 지속 확대 예정
"동해사업장은 물론 LS전선아시아 베트남 공장, 미국까지 해저케이블 설비 투자는 지속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해도 수요 성장세를 따라가기 벅찹니다." LS전선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빠른 성장과 베트남 등 신흥 시장의 급격한 산업화로 전력 케이블 생산라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복한' 하소연을 했다.
지난 19일 찾은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은 빗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생산 설비부터 동해항으로의 케이블 선적까지 쉴새없이 공장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LS전선은 지난 2007년 250㎸급 초고압 해저케이블 개발에 성공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후, 본격적인 사업 강화를 위해 2008년 동해사업장에 해저케이블 설비를 구축했다. 15년 사이 LS공장 동해사업장의 규모는 연면적 27만㎡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유일 HVDC 생산 공장…VCV로 생산성 확대= 15년에 걸쳐 차례차례 공장을 확장해온 LS전선 동해사업장은 4개 공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공장들은 마치 길고 구불구불한 컨테이너로 구성된 것처럼 '갱웨이'라는 통로로 연결돼 있다. 이음매가 생길수록 충격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끊김 없이 전선 제품을 생산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전선 생산은 전기를 흐르게 하는 도체를 모아서 꼬고, 그 위로 전기가 누설되지 않도록 피복을 입히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도체를 모으고 피복을 입히고 이를 다시 꼬아서 모으는 과정을 거쳐 아주 얇은 구리 도체를 팔뚝보다 두꺼운 케이블로 만들어낸다.
LS전선은 올해 5월 국내 유일, 아시아 최대 HVDC(고전압 직류송전)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인 4공장을 준공했다. HVDC는 장거리 운송 시 경제성이 우수한 직류 방식이다. 신재생에너지 송전에 특화된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장거리 송전 케이블 산업은 높은 기술 진입 장벽으로 글로벌 소수 업체들만이 시장을 과점하는 체제로, LS전선 등 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유럽 업체들이다.
동해 4공장에 있는 높이 172m 규모의 초고층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타워는 LS전선의 차별화된 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생산 시설이다. 일반 아파트 기준 63층 높이에 맞먹는 이 VCV타워는 꼬아서 무거워진 도체를 수직으로 세운 뒤 그 둘레에 가교폴리에틸렌(XLPE)을 피복(절연압출)해 절연체를 덮는 공정을 담당한다.
LS전선 관계자는 "절연체가 유체인 만큼 수평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수직으로 전선을 세워 작업하면 중력의 힘을 받아 더 빠른 속도로 보다 완전한 원 형태로 고르게 성형할 수 있어 품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선은 공장 내외부에 있는 '턴테이블'에 차곡차곡 적층됐다가 또다른 갱웨이를 통해 공장으로부터 약 300m 떨어진 동해항으로 옮겨진다. 이후 케이블 선적과 시공을 위한 전문 포설선인 GL2030에 선적돼 시공 현장으로 향한다.
마침 이날 동해항에서는 비금도 태양광발전단지와 연계된 해저케이블 시공을 위한 제품 선적이 진행되고 있었다. 4000톤의 케이블을 실을 수 있는 이 배는 LS전선이 지난해 확보했다가 올해 LS마린솔루션 인수와 함께 LS마린솔루션이 운영하고 있다. 제작에서 운송, 시공까지 LS그룹의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을 완성하면서 보다 유기적인 프로젝트 대응이 가능하다.
LS전선 관계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이미 선적과 시공의 스케줄까지 다 맞춰야 한다"며 "올해는 비금도, 제주 등 국내 위주의 매출이 발생하고 내년부터는 대만을 비롯해 그간 수주했던 글로벌 일감들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전선아시아·마린솔루션 '삼각편대'로 시장 공략= 이날 함께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는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인 김형원 부사장을 비롯해 관계사인 이상호 LS전선아시아 대표이사와 이승용 LS마린솔루션 대표이사가 참석해 대만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사업 확대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김형원 부사장은 "동해공장은 항구까지의 거리와 부지 확보 등이 잘 돼 있어 앞으로도 국내에서는 동해사업장 내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해외에서는 최근 수요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대만, 베트남 등 아세안 시장을 우선으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올해 15억7000만달러 수준에서 2027년에는 24억2000만달러로 60% 수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만은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대만은 2025년까지 1차 사업을 통해 5.5 GW 규모의 풍력단지를 완공하고, 2035년까지 15GW 규모를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LS전선은 대만 1차 해상풍력 건설사업의 8개 프로젝트에 대한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모두 따낸 바 있다.
LS전선은 LS전선아시아의 베트남 현지 생산설비에서의 해저케이블 사업 진출을 추진하며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LS전선아시아는 최근 베트남 국영기업과 해저케이블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S전선아시아와 LS마린솔루션이라는 두 자회사와 함께 LS전선은 아세안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삼각편대'를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LS전선은 최근 본격적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늘고 있는 미국 시장 공략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현지 공장 건설 등 미국 투자를 검토 중으로,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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