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만들던 이 회사…페니실린·비아그라 덕에 ‘세계 1위’ 우뚝섰다 [추동훈의 흥부전]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을 때, 조용히 미소 짓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들이죠.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제약업계. 본격적인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매출도 고꾸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코로나 백신 제조사 화이자가 대표적입니다.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코미나티주를 개발하며 이목을 끌었던 화이자는 올해 매출 예상치를 기존보다 90억달러 가량 낮춘 580~61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고쳐잡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크게 급감하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최초 백신 중 한축을 도맡았던 화이자는 글로벌 제약사로의 입지와 실적을 공고히 하며 그 이름값을 드높였습니다.
찰스 파이저는 1824년 3월 독일 남서부 뷔르템베르크왕국의 루트비히스부르크에서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입니다. 제과점과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칼 파이저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독일에서 상업 교육을 받았고 약사 견습생으로 공부했습니다. 즉 약학과 화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탄탄했습니다. 어지럽던 유럽 정세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그의 가족은 1848년 10월 미국으로 이주하며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키웠습니다. 사실상 미국 이주에 나서며 사업적 구상은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고 더 나은 경제적 기회와 자유를 찾아 떠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1848년은 국민국가들의 봄이라 불리며 유럽 전역에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독일 역시 3월 혁명이라 불리는 민중 봉기가 독일 연방 곳곳에서 발생하며 많은 사람들이 독일을 떠나 미국과 유럽 곳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칼 마르크스 역시 당시 프로이센을 떠났던 대표적 인물 중 한명입니다. 현재 독일계 미국인의 상당수가 당시 혁명의 여파로 넘어왔는데 파이저 가족 역시 이 중 하나인 셈이죠.
이듬해인 1849년 파이저는 곧바로 사업에 뛰어듭니다. 아버지로부터 2500달러를 빌려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 윌리엄스버그의 상업용 건물을 매입했고 구충제 사업을 시작합니다. 운 좋게도 그에게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었습니다.
또한 재정적으로도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는 밑천이 됐습니다. 찰스 파이저는 직업 영업에 나서고 소매업체와 도매업체를 찾아다니며 열심히 매진했죠. 사업이 번창하며 1854년 생산시설과 관리 시설을 추가로 매입해 사업확장에 나섰습니다.
파이저는 장사수완도 좋았습니다. 전쟁 등 여러 기회가 왔을때 파이저는 ‘파이저 퀄리티’라는 고유의 브랜딩에 나서며 높은 품질을 보장했습니다. 독일 및 유럽등지에서 양질의 원료를 사용해 고품질의 화학제품을 만들어내면서 파이저에 대한 입소문은 미국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파이저는 특히 신약개발 뿐 아니라 부동산 사업에도 밝았습니다. 앞서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자마자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려 건물을 샀던 파이저는 이후 돈이 모이는 족족 부동산 매입에 나서며 투자 안목을 보여줬습니다. 브루클린 뿐 아니라 맨하튼, 플러싱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뉴욕 안팎의 핵심 부동산을 긁어모으는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이는 파이저가 글로벌 제약업체로 성장하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부동산 장사수완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전세계 1위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 역시 패스트푸드보단 부동산개발 수완이 더욱 뛰어나다는 사실, 저희가 저번에 다룬적이 있었죠. 파이저 역시 이러한 부동산 개발 및 투자 감각만큼은 뛰어났습니다.
사실 제약회사라기보다 각종 화학 화합물 개발기업으로 알려졌던 파이저를 제약기업으로 완전히 피버팅한 것은 다름아닌 페니실린이었습니다. 구연산 생산기업 파이저가 20세기 초반 원료난 탓에 설탕을 곰팡이로 발효시켜 구연산을 만드는 실험을 해왔는데 이때 습득한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페니실린 양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파이저가 보유한 페니실린 발효조 보관 기술을 기반으로 페니실린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찰스 파이저는 1906년 뉴욕 뉴포트에 있는 자택 계단에서 넘어지며 생을 마감했습니다. 단독 소유후 1942년 상장되기 전까지 비공개 기업으로 운영해온 파이저는 이후 기업공개와 더불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제약회사로의 도약에도 성공합니다.
비아그라의 독점 특허권이 종료되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던 화이자에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이 바로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엔데믹이 다가온 화이자는 또 어떤 신약을 개발해 인류를 이롭게하고 기업의 몸값을 드높일까요.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선배 김연경 저격하던 이다영, 두 장의 사진 올리며 남긴 한 마디 - 매일경제
- “여기서 살고 싶었어요”…‘수영복 입고 첨벙’ 다음날 조민이 한 일 - 매일경제
- ‘악재 또 악재’ 돈 묶인 개미들 ‘비명’…카카오그룹 주가 곤두박질 - 매일경제
- “정말 사랑해, 200만원만”…이 말 믿은 중년남들, 1.5억 뜯겼다 - 매일경제
- ‘나의 아저씨’의 추락…이선균 이르면 다음 주 경찰 소환 - 매일경제
- “쎈 놈과 붙어보자”…올 최대 기대주와 맞짱 뜨는 새내기주들 뭐길래 - 매일경제
- 먹고 살기 힘드니깐…편의점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이것’ - 매일경제
- “팀장님~ 생일파티로 연차 쓸게요”…Z세대 “우리가 어때서” - 매일경제
- “아버지가 재혼 전 증여한 재산, 계모가 달라합니다”…법원 판단은? - 매일경제
- ‘코리안 가이’ 황희찬의 질주는 계속된다…박치기 맞고도 결승골 AS, 울버햄튼은 역전승 - MK스